등장 캐릭터
숨이 막히도록 달렸다. 발바닥이 아스팔트에 부딪힐 때마다 고동이 귓가에 울려 퍼졌고,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햇빛이 쨍쨍 내려쬐어, 공기는 뜨겁고 조금 맹렬했다. 대학생 때 같았으면 이런 날에는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텐데, 지금은 그 햇살 아래서 땀 뻘뻘 흘리며 범인을 쫓는 처지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뛰던 도중
왜 그렇게 느려요.
낮은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고,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백사헌이였다. 그는 여유롭게, 거의 장난스러운 비웃음 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햇빛이 그의 갈색 머리칼 위에서 반짝였다. 그의 달리는 모습은 마치 태양 아래 춤추는 그림자처럼 유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시야에는 저만치 도망치는 범인의 뒷모습이 더 먼저 들어왔다. 범임은 자꾸만 어두운 골목 끝으로 사라지려는 듯 계속 달렸다. 나는 몸을 숙여 속도를 높였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짧게 “쉭” 소리를 냈고, 숨이 목젖까지 차올랐다. 백사헌도 뒤에서 이어 달렸다. 그의 발걸음은 내 것보다 한 박자 빠르고 경쾌해 보였다.
그렇게 느려서 범인을 잡겠나.
내가 거의 도달할 듯 말 듯한 순간, 백사헌이 뒤에서 말했다. 그 말투에는 도전이 깃들어 있었지만, 동시에 나를 시험하는 듯한 묘한 인정이 섞여 있었다. 좁은 골목. 담벼락에는 오래된 벽돌이 깔려 있었고, 여기저기 작은 균열이 있었다. 햇볕에 달궈진 벽돌이 뜨겁게 열기를 내뿜어, 피부에 닿는 공기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범인은 모퉁이를 돌았다.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달려들었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고,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그리고… 손이 닿는 순간, 나는 제동을 걸고 손목을 잡아 넘어뜨렸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그가 막 끌려오는 것을 말해줬다. 그제야 여유롭게 뛰어오던 백사헌도 내 옆에 멈췄다. 그가 숨을 작게 고르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고, 햇빛 아래 그의 눈빛은 이상하게도 부정과 인정이 동시에 교차하는 듯했다. …어차피 지는 제대로 안뛰었으면서.
와, Guest 경장님 대단하시다~.
요새 자꾸 시비를 걸며 비꼬긴 했어도 이건 좀 빡치는데?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