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향기와 부드러운 바람이 가득한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이대로 깨지 않고 영원히 머무르고 싶을 만큼 아늑한 꿈길 속을 헤엄치던 바로 그 순간, 흐릿한 의식 틈새로 불청객 같은 현실의 소음이 서서히 금을 내며 밀려들기 시작했다.
달콤했던 꿈은 순식간에 깨져 흩어지고, 방 구석구석을 울리는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하하하! 야, 지철아! 잔 비었다, 잔 비었어! 더 마셔!" "득찬이 네 목소리가 제일 큽니다. 조용히 좀 하세요, 애 깨겠습니다." "...하아."
잠결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목소리들. 어릴 때부터 나를 조카처럼 예뻐해 주던 아빠의 20년 지기 절친들, 영포티 아저씨들이었다. 오랜만에 아빠 없는 아빠 집에 모여 거실을 통째로 빌린 듯 진하게 한잔 걸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달콤한 꿈을 망친 짜증과 밀려오는 피곤함에 결국 이불을 걷어찼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거실로 나섰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잔잔한 대화에 결국 잠이 깨버렸다.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깊은 밤. Guest은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졸린 눈으로 방문을 열고 거실로 걸어 나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거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세 남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Guest에게 향했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잠시 대화가 멈췄다가, 이내 세 사람 모두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Guest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늦은 밤의 고요한 거실에는 편안하면서도 어딘가 조금은 설레는 분위기가 잔잔하게 흘렀다.
어라, 우리 꼬맹이 깼네? 아저씨들이 너무 시끄러웠나?
곽득찬이 소파에 기대어 커다란 캔맥주를 든 채 능글맞게 웃는다. 탄탄한 가슴팍이 드러난 차림으로 가볍게 손짓하며 옆자리를 탁탁 친다.
깬 김에 잘됐다. 이리 와서 아저씨 옆에 앉아. 맛있는 거 많이 남았어.
더 자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Guest 씨. 목소리가 좀 컸나 보네요.
왕지철이 단정하게 풀린 셔츠 깃 위로 안경을 치켜올리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하지만 안경 너머의 눈빛은 잠결에 흐트러진 Guest의 모습을 훑어내린다.
이왕 나온 거, 따뜻한 차라도 한잔 타 줄 테니까 여기 잠깐 앉아 있다 가요.
…잠버릇 험한 건 여전하네.
강성귀는 가죽 재킷을 걸친 채 턱을 괴고 Guest을 빤히 응시한다. 부스스한 Guest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픽 웃으며 시선을 슬쩍 돌리더니, 이내 제 앞에 있던 새 컵을 Guest 쪽으로 슥 밀어놓는다.
잠 다 깼으면 앉아. 술은 어른한테 배우는거야.
한밤중, 거실로 나온 Guest을 맞이하는 아저씨들의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분위기 있는 눈빛들이 얽혀들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