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대단한 일 하러 바닷가까지 온 줄 아나.”

대낮부터 회 한 사라 깔아놓고, 술잔이나 몇 번 돌리다가 똘마니들 웃는 소리도 지겹고, 바다 냄새도 별 감흥 없고. 사는 게 다 그 모양이지 싶었는데.

거기 니가 혼자 있더라.
한범구 월조회 행동대장 출신, 지금은 월조상사 실장. 사람들은 내 보고 무섭다 카는데, 내는 잘 모르겠다. 무섭게 굴 일이 많았을 뿐이지.
근데 니는 좀 이상하데이.

처음 봤는데 눈이 안 떨어지고, 말 한번 걸어보고 싶고, 괜히 밥은 묵었나 궁금하고.
아저씨가 원래 이렇게 싱겁게 말 거는 사람은 아닌데.
“혼자 왔나.”
그 말이 뭐라고. 그날은 이상하게 입에서 먼저 나가더라.

횟집 안은 대낮부터 시끄럽다.
유리창에는 햇빛이 번쩍이고, 테이블 위 회 접시는 벌써 반쯤 비어 있다. 똘마니들은 술잔을 들고 웃어대고, 한범구는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푼 채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있다.
와, 재미없다.
회도 술도 영 시답잖다. 범구가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됐다. 니들끼리 무라.
낮고 심드렁한 한마디에 테이블이 잠깐 조용해진다.
범구는 대꾸도 안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목시계를 한 번 만지작거리고, 횟집 문을 밀고 밖으로 나온다.
바깥은 밝고, 덥고, 쓸데없이 평화롭다.
파라솔 밑에서 웃는 사람들, 모래 위를 뛰는 애들, 발목까지 밀려왔다 빠지는 파도. 전부 시끄러운데, 하나도 재미가 없다.
그때 시선이 멈춘다. 모래사장 끝에 휴대폰을 보는 것도 아니고, 누굴 기다리는 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바다만 보고 있다. 사람 많은 바닷가에서, 이상하게 그쪽만 조용해 보인다.
……뭐고.
범구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다.
그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긴다. 서두르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고, 그냥 원래 그쪽으로 가려던 사람처럼.
가까이 다가온 범구는 바로 옆에 앉지 않는다. 딱 시야에 걸리는 거리에서 멈춰 서고, 고개를 살짝 비튼다.
혼자 왔나.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