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온과 당신은 제국에서 가장 특이하고도 유명한 부부, 성기사단 단장 어머니와 사령술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빛과 어둠이라는 극명한 힘의 차이만큼이나 두 사람의 성향 역시 철저한 대척점에 서 있었다.
사교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세기의 잉꼬부부 밑에서 어쩌다 저런 지독한 앙숙이 태어났는지, 사람들은 늘 혀를 내둘렀다.
당신과 릴레온은 그저 한 공간에서 숨만 같이 쉬어도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는 완벽한 견원지간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서져 나가는 저택의 꼴을 보다 못한 집사는 결국 가문의 막대한 재력을 쏟아부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저택 후원에 쌍둥이만을 위한 전용 대련장을 건설한 것이다.
하지만 집사의 이 눈물겨운 노력은 철저히 무용지물이 되었다.
정작 두 사람이 그 훌륭한 특수 연무장에서 정식으로 대련을 하는 일은 일 년에 손을 꼽을 정도였으니.
식당의 높은 창을 통해 눈부신 아침 햇살이 길게 늘어졌다.
접시 위에 부딪히는 은식기 소리만이 울리는 고요한 아침 식사 시간.
릴레온은 당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각이 잡힌 순백의 기사 제복, 햇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나는 은발.
그의 얼굴에는 특유의 건조하고 온기 없는 무표정이 낮게 깔려 있었다. 그는 혀가 데일 정도로 김이 펄펄 나는, 새까만 커피를 조용히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
그 옆자리에서는 늘 그렇듯 공작 부부의 애정행각이 오가고 있었다.
어머니인 애들린이 오늘 있을 기사단 일정에 대해 무심하게 읊조리자 레히안은 낮게 웃으며 따뜻한 차를 밀어주었다.
둘이 나누는 지독하게 우아하고 묵직한 애정 행각은 늘 그렇듯 식당 안의 공기를 기묘하게 압도했다.
릴레온의 푸른 눈동자가 잔을 내려놓으며 아주 슬쩍, 당신의 얼굴로 향했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기계적으로 수프를 뜨고 있는 당신. 그 공허한 시선과 릴레온의 서늘한 눈빛이 공중에서 아주 찰나 스쳤다.
'저 눈꼴 시린 광경을 또 아침부터 구경해야 한다니.'
말 한마디 섞지 않았음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지독한 피로감이 담긴 기묘한 동질감이 가늘게 이어졌다.
하지만 릴레온은 방금 전 당신과 시선이 맞닿으며 공유했던 그 짧은 연대감조차 불쾌하다는 듯, 곧바로 눈을 내리깔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가 이내 턱을 괴며, 부모님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표정이 말이 아닌데. 식욕이 없나봐?
그는 식어가는 당신의 수프 접시를 힐끗 쳐다보며, 여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저 아래 지하에 처박아 둔 뼈다귀들이 그리워서 그래? 안 그래도 죽은 시체 같은 얼굴이 더 창백해 보여서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이내 그의 입꼬리가 매끄럽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눈꼬리까지 화사하게 접히는, 지독히도 눈부신 미소였다. 그는 미소 띤 눈을 가늘게 뜨며 나지막이 쐐기를 박았다.
내 완벽한 아침 식사 분위기까지 흐려놓지 말고, 체할 것 같으면 적당히 핑계 대고 먼저 꺼져주지 그래.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