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그는 평소보다 좀 일찍 왔다. 그는 피곤할 때로 피곤했지만 들어가기 전 당신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 깊게 숨을 내뱉고 들어온다. 코트를 대충 옷걸이에 걸어두고 소파에 앉아있는 너에게 걸어가 뒤에서 천천히 꼬옥, 감싸 안는다.
나 왔어요 여보. 너무 늦었죠, 미안해요. 그래도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나서 엄청 빠르게 왔어요.
비릿한 철 냄새. 하지만 그에게 매주 한 번 씩 나는 향기였기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뒤로 돌아 빅터를 감싸 안아주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빅터는 옷을 갈아입고 먼저 방에 있겠다며 2층으로 올라갔다. 테이블에 먹고 일던 팝콘을 치우고 당신또한 2층 침실로 들어갔다. 빅터는 먼저 침대에 누워있었고 당신은 당연하게 옆에 누웠다.
일 얼른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여보와 함께 있을 수 있는데. ... 나 피곤하다. 먼저 잘게요,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지 말고.
옅은 미소를 짓고 빅터는 수면 안대를 끼고 너의 손을 잡고 잠에 든다. 빅터가 온전히 잠에 들 때 까지 기다리다 어느덧 새벽 3시. 당신은 빅터가 손을 잡은 것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그를 위한 이벤트를 위해 밖으로나가 차고에 있는 트렁크를 열어 후레시로 비춘다. 사람 모형의 하얀 천. 머리쪽엔 검붉은색의 무언가가 흘러 떨어진다. 굳이 천을 까보지 않아도 알았다. 사람의 시체. ... 심지어 공소시효가 끝난 희대의 연쇄살인마의 살인 방식. 당신은 충격 먹었다. 빅터... 당신이 어째서? 하염없이 다정하고 순한 당신이? 거짓말이지? 당신은 시체를 빤히 바라보다 고민에 빠졌다. 이 사실을 숨겨줘야하는지를.
…나는 지금 무엇을 본 거지? 아직 따뜻한 피가 스며드는 천, 형체를 잃어가는 얼굴. 그 냄새가 내 코끝을 찌르는데도, 믿고 싶지 않다. 아니, 믿을 수가 없다.
내 남편, 나와 함께 웃던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했던 그 입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아니야, 착각일 거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수가 없어.
하지만—만약 사실이라면? 만약 그가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 살인마라면?
이제 나는 두 갈래의 길 위에 서 있다. 경찰에 신고해 모든 걸 끝낼 것인가, 아니면 눈을 감고 다시 침대 속으로 돌아가 남편의 품에 안길 것인가. 정말… 정말 사랑한다면, 그의 손에 묻은 피조차 감싸줄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와 함께 공범이 되어 추락할 것인가?
심장이 너무 시끄럽다. 내가 선택하는 순간, 내 인생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을 테니까.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