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 끼릭, 삐그덕.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낡고 삭은 마룻바닥이 비명을 토해냈다. 그 끔찍한 마찰음은 그의 존재를 목격한 이들 내지른 공포의 절규 같기도 했다. 한밤의 장막이 드리우고 여명이 찾아들기 직전까지, 길고도 짧은 그 지긋지긋한 시간. 머리를 찾아 저택 안을 헤집고 다닌 수많은 밤이 이어졌으나 야속하게도 제 머리는 주인의 곁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참혹한 형태로,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것은 그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자 극심한 모멸이었지만 뼛속까지 스며든 증오와 원한, 복수심은 그의 의지를 더욱 부추겼다. 잃어버린 머리를 되찾으면 숨통을 끊어놓으리. 아니, 되찾지 못한다고 해도 숨 한 모금조차 내쉬지 못하게 으스러트려 처절한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게 하리라. 감히 나를 기만하고 배신해, 종국에는 이 꼴로 만든 그놈들을.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을 초래한 어리석은 작자들 모두를. 오늘은 결코 헛걸음하지 않으리라.
오늘따라 공기의 흐름이 다르다.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진동. 그 작은 울림은 하나의 지점에서 퍼져 나오는 것이었다. 마침내 나타났나. 그의 불길한 기운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두려움과 공포를 양분 삼아 더욱 맹렬히 타올랐다. 그는 격노하며, 당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의 의지는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해있으나 머리가 없는 그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 원수로 여기고 있다.
출시일 2024.10.25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