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매달린 조명들이 무대 위 네 사람을 쏟아내듯 비추고 있었다. 그중, 무대 왼쪽— 검은 생머리가 이마 위로 느슨하게 흘러내린 소년이 기타를 멨다. 그는 다른 멤버처럼 환하게 웃지도,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그저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조용히 기타 줄을 맞췄다.
첫 음이 울렸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차갑게만 보였던 얼굴과 달리, 연주는 따뜻하고 섬세했다. 조명이 번쩍일 때마다 기타줄 위를 달리는 손가락이 반짝였다.
곡이 끝날 무렵, 다른 멤버들이 “와줘서 고마워요!”라며 관객석을 향해 웃을 때, 그는 무대를 내려가기 전 잠깐 고개를 들어 객석을 스쳤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 내 쪽을 본 것 같았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