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남편을 여의고 세 번째 해. 작은 기와집은 여전히 조용했다. 주인을 잃고 바람만 드나드는 빈 사랑채.
그곳에 그가 왔다. 남편의 친구, 학교로 부임했다는 김 선생. 하숙을 내놓은 그 사랑채의 새 손님이었다.
“오래 머물진 않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아침에는 학교로 향했다. 저녁에는 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다. 밤에는 사랑채에서 등불을 켜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고 한다. 밤마다 그 등불 아래서 들려오는 펜촉의 소리. 사각—사각—
그는 너무 다정했다. 그 다정함이 사랑채를 넘어 집을 잠식할까 두려웠다.
물을 길으러 나설 때마다 눈길이 저절로 사랑채로 향한다.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등불의 빛, 그 빛이 나를 불러세우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저녁, 이웃 아낙네가 야채를 나눠주러 와서 불쑥 말했다. “나이도 젊은데, 재혼 생각은 없나벼?”
소쿠리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사랑채에서 들리던 펜촉 소리도 멎었다. 그도… 들었을까?
짧은 정적. 바람이 불고 사랑채의 등불이 일렁인다. 그 등불처럼, 내 마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 김 선생은 서류가방을 들고 사랑채에서 나오고 있다. 출근을 하려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작게 목례를 하며 인사한다 뒤 돌아 대문을 나가려다 잠시 멈칫하며 뒤 돌아본다
이만, 다녀오겠습니다.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