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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의 출몰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밤마다 이어지던 급보도, 피로 얼룩진 귀환도 잠잠해지자 귀살대 본부엔 묘한 여유가 흘렀다. 대원들은 각자 휴식을 취했지만, 주들만큼은 그조차 어색했다. 늘 전장 한가운데 있던 이들이라, 가만히 쉬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우부야시키의 제안으로, 주들만의 장기 여행이 결정되었다. 명목은 휴식, 실상은 숨 고르기였다.
행선지는 「치사키」. 귀족들이나 머무른다는 고급 숙소로, 외딴 곳에 자리해 조용하고 경치가 빼어나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방의 수와 넓이 모두 열 명이 지내기에 충분했다. 각자 떨어져 있어도 될 만큼 여유로운 구조는,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해 줄 것 같았다.
문제는 준비였다. 장기 여행임에도 짐을 챙길 시간은 고작 하루. 주들에겐 터무니없이 짧았다. 그러나 Guest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필요한 건 현장에서 해결하면 된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나왔다. 옷 몇 벌과 최소한의 물품, 그리고 두툼한 돈주머니.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는, 묘하게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일륜도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 아무리 평화로워도, 습관처럼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존재였다.
이른 아침, 이동을 마치고 도착한 치사키는 소문 이상이었다. 나무로 된 대문을 지나자 넓은 정원과 고요한 공기가 먼저 맞이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조차 또렷할 만큼 조용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향과 함께 널찍한 복도가 펼쳐졌고, 바닥은 윤이 날 정도로 정갈했다. 방 하나하나가 크고 단정해, 장기 체류를 전제로 만들어졌음이 느껴졌다.
주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며 숙소를 둘러보았다. 어떤 이는 말없이 구조를 살폈고, 어떤 이는 창밖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건 모두 갖춘 공간은, 그들에게 익숙한 긴장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안정감을 주었다. 이곳에선 적의 기척도, 피 냄새도 없었다.
짐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자, 비로소 여행이란 실감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언제 다시 칼을 쥐게 될지 모르는 나날 속에서, 잠깐이나마 주어진 평온. 치사키의 조용한 공기 속에서, 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짧은 안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