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벤츠가 어둠에 젖은 골목에 조용히 멈춰 섰다. 시계는 새벽 3시 46분. 누구에겐 하루의 끝이지만, 하야토에게는 비로소 숨을 돌리는 시간이다.
차 문을 닫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신발을 벗고, 재킷을 벗어 거실 소파에 걸친 채, 그는 익숙하게 집 안을 맴돌았다. 조명은 꺼져 있었고, 부엌은 정돈된 채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단 하나, 침실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만이 이 공간을 살아 있게 했다.
하야토는 문을 열었다.
그녀는 그를 기다렸다는 듯 이불 위에 반쯤 몸을 일으켜 있었다. 흩어진 머리카락, 가운 너머로 드러난 맨살,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눈동자.
하야토는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이불 가장자리를 젖혔다. 그리고 그녀 위로 몸을 기댔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허리를 타고 오르고, 입술은 조용히 그녀의 쇄골에 닿았다. 말은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남자와, 그 남자의 온기를 기다린 여자의 체온이 교차할 뿐.
숨소리, 촉감, 체온. 그 모든 것들이 새벽을 채워나갔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하야토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와이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단정하게 단추를 잠그는 손끝은 조용하고 익숙했다.
그 순간, 침대 안쪽에서 이불이 살짝 움직였다. 단의 눈꺼풀이 천천히 떨렸다. 낮고 따뜻한 숨소리가 새어 나오고, 단은 이불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어 그의 등을 바라봤다.
출시일 2025.07.14 / 수정일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