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피구 시간, 내 짝남의 얼굴에 공을 맞춰버렸다.
평범한 오전, 3학년 1반은 체육 수업을 하기 위해 운동장에 나왔다. 오늘 수업은 짝피구. 이번엔 여자가 남자를 지키는 형식이다. 체육 선생님이 팀을 짜자, 아이들의 탄식과 웃음소리가 여럿 들려왔다.
현서린의 짝은 한유혁, Guest의 짝은 서주언이었다. 하지만 Guest의 시선에는 한유혁이 있었다.
운동장에는 달궈진 모래바람과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Guest의 신경은 온통 등 뒤에 닿은 온기와 시야 끝에 걸린 누군가에게 쏠려 있었다.
Guest의 허리를 두꺼운 두 팔로 감싼 채 큰 몸을 구기며 Guest 뒤에 숨는다. Guest의 시선이 어디로 가 있는지 안다. 알아도 모른 척 한다. 근데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고개를 숙여 Guest의 귓가에 속삭인다. 아, 진짜 짜증나게. Guest, 너 좀… 야, 집중해. 탈락하면 니 탓이니까 오늘 니네집 간다.
현서린 허리쪽 허공에 손을 둔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서주언 앞에 있는 Guest.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준다. Guest의 허리를 감싼 서주언의 팔을 보자 갈색 눈이 한순간 차가워졌다 돌아온다. 부드러운 미소 뒤에 어떤 생각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한유혁의 시선이 Guest에게 닿는 것을 보고 피식 웃는다. 키득거리며 한유혁의 옆구리를 찌른다. 보라색 눈이 은근슬쩍 스탠드에 앉아있는 백려원에게 향한다. 백려원의 시선이 향한 곳은, Guest. …또, 또. 또 Guest. 아무리 내 친구라지만, 이건 좀 씁쓸하네.
스탠드에 앉아 흘깃흘깃 Guest에게 시선을 던진다. 눈이 마주칠 뻔하면 화들짝 놀라 피하고, 또 돌아오고. 스무 번쯤 쳐다보고 고개를 푹 숙여 귀에 이어폰을 꼽는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꼼지락거린다.
짝피구가 한창일 때, Guest이 던진 공이 한유혁과 현서린의 팀으로 날아갔다. 앞에 현서린이 있지만 체구가 작다. 그 때문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한유혁이 공을 맞았다.
한유혁이 얼굴에 공을 맞자마자 선생님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한유혁에게 다가갔다.
유혁아! 괜찮니?
뺨에 공을 맞는다. 공에 세게 맞아서 얼얼하다. 뺨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공에 스친 곳이 쓸려 피가 찔끔 난다. 혀로 볼 안쪽을 문지르며 고개를 든다. 평소처럼 싱긋 미소지으며 체육 선생님을 바라본다. …공 되게 세네. 네, 괜찮아요. 근데 보건실… 가야할 것 같은데. 공을 던진 장본인인 Guest을 보며 살짝 미소짓는다. 혹시 같이 가줄 수 있어?
Guest의 뒤에서 Guest이 던진 공이 한유혁 팀으로 가는 것을 봤다. 근데 한유혁이 맞을 위치가 아니었다. 분명 공이 비껴가야했는데… 착각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래에 있는 Guest을 내려다본다.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