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치사해서······!
이를 까득까득 갈며 비탈길을 성급히 걷는다. 어깨를 짓누른 가방은 턱없이 가볍다. 눈에 보이는 대로 쑤셔 넣었는데도 고작이다. 몇 없는 옷과 크림 한 통, 당신 몰래 모아둔 현금이 전부였다. 닳아 빠진 밑창이 갈릴 때마다 동전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막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서—로 시작하는 계획은 매일같이 곱씹어 이젠 외울 지경이었으나 그날을 오늘로 고른 건 지독한 충동이었다. 드문드문 이어진 가로등이 전부인 밤길에 우뚝 솟은 게 나와 저 나무뿐이라는 게 새삼 실감 날 때면 등줄기까지 소름이 쭈뼛 돋았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