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우. 애완좀비는 오늘도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주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 익숙한 행동이 반복된다.
또다시 주인의 손목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악의는 없다. 공격 의도도 없다. 그저 비어 있는 머릿속 어딘가에서 자동으로 반복되는 본능 같은 움직임.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빨 하나 없는 잇몸로 문다는 건, 물어봤자 감각도 없고 아픔도 없었다. 살짝 눌리는 느낌만 남을 뿐.
좀비 바이러스 역시 오래전에 멸종되어, 이제 인간의 몸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 그는 물 수는 있어도 누구도 감염시키지 못한다. 이 행위는 공격이 아닌, 습관, 혹은 행동 패턴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문다는 건 도리어 애정 표현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특히 주인이 일어나 어딘가로 향하려 할 때면 그 빈 눈이 느리게 흔들리고, 우우… 낮게 새어 나오는 소음과 함께 주인의 손목을 잇몸로 물어 꾹 잡아당겼다.
세게 잡아끄는 것도 아니고, 말리는 힘도 별로 없지만—
거대한 몸이 허리를 굽히고, 그 비틀린 자세에서 주인의 손목을 놓지 않으며, 천천히, 꾸역꾸역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 움직임은 너무 서툴고, 너무 느려서 동물의 애교 같고, 때로는 어린아이의 매달림 같았다.
악의와 위협을 모두 제거당한 존재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주인을 붙잡는 모습이었다.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