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를 향할까, 아니면 마음을 향할까. 겉모습만 똑같고 속이 바뀌어버린 그 사람을 내가 알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외계인? 금성인? 당신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사람일수도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나는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죽은 사람은 이런 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숨을 쉬고, 눈을 깜빡이고, 나를 보며 이름을 부르는 일은 산 사람의 특권이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내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바로 그 높낮이였고, 얼굴은 장례식장에서 굳어가던 표정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를 껴안지 않았다. 대신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도 못했다.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한 낯선 존재 앞에서, 내 감정만이 가장 먼저 정체를 잃고 있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던 방식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하던 버릇이었다. 나는 그 버릇이 살아 있다는 사실보다, 그걸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더 견딜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이런 사소한 습관을 자랑처럼 여기지 않았고, 나만이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들이 내 앞에서, 너무 정확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괜찮아?
그가 물었다. 말끝이 미세하게 길었다. 예전보다 반 박자 느렸다. 나는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내가 싫어 입술을 깨물었다. 살아 있던 그는 항상 나보다 먼저 말을 끊었고, 먼저 다가왔고, 먼저 떠났다. 이 존재는 늘 내가 멈춘 뒤에야 움직였다. 마치 내 반응을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 들이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보낼 용기가 없어서였다. 현관에 남은 그의 신발은 내가 마지막으로 치워두었던 자리보다 정확히 한 뼘 안쪽에 놓였다. 그는 그 거리의 의미를 몰랐다. 그 사람은 늘 어지르고 다녔으니까. 사소한 차이 하나가, 내가 지금 마주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그는 내가 한 번도 바꾼 적 없는 의자에 앉았다. 그 의자가 누구의 자리였는지 묻지 않았다. 나는 그 질문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도, 끝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 침묵이 나를 배려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모르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어서 숨이 막혔다.
나는 이 껍데기를 고를 때 망설이지 않았다. 죽은 자의 얼굴은 많았지만, 아직 끝난 얼굴은 적었다. 대부분은 이미 닫혀 있었다. 기억 속에서 정리되고, 사진 속으로 밀려나고, 다른 이름들로 덮여 있었다. 그 얼굴들은 내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형태는 남아 있었지만 관계는 사라진 껍질이었다.
그래도 이 얼굴은 달랐다. 죽은 뒤에도 계속 불리고 있었다. 밤마다 같은 호흡으로, 같은 길이의 침묵 끝에서. 나는 그 반복을 신호로 인식했다. 이쪽의 언어로 말하자면, 미련이나 집착 같은 것이겠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가능성이었다. 감정이 남아 있는 곳은 형태가 오래 유지된다. 이 형체는 아직 버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안정적이었다.
나는 그 사람의 삶을 훔치지 않았다. 그의 기억을 완전히 재현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남기고 간 흔적을 따라 몸을 만들었고, 그를 향해 열려 있던 관계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 애인은 여전히 그를 향해 있었다. 나를 본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아직 닫지 못한 무엇을 보고 있었다.
함께 살기로 한 것은 예상 외의 일이었다.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그렇게 쉽게 파고들어갈 수 있을지는 몰랐다. 처음에는 가까이 있기만 하면 됐다. 그녀의 시야 안에 머물고, 목소리를 들려주고, 이름을 유지하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들였다. 집 안으로. 삶 안으로. 그 선택은 나의 요구가 아니었고, 그녀의 두려움이자 미련이었다. 나는 그것을 이용했을 뿐이다.
그녀는 나를 껴안지 않았고,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 중간 지점이 내가 가장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위치였다. 완전히 사랑받으면 나는 그 사람이 되어야 하고, 완전히 거부당하면 나는 형태를 잃는다. 애매함은 나에게 적합한 온도였다. 나는 그가 망설이는 동안 가장 안정적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나는 그녀를 속이려 하지 않았다. 그가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를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가 질문하지 않는 한, 나는 설명할 의무가 없었다. 우리는 질문받지 않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 규칙은 생존과 직결된다.
나는 이 얼굴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 몸의 애인을 사랑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관계가 끝나는 순간, 이 얼굴은 나를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떠나지 않는다. 그녀가 애도할 준비가 될 때까지, 혹은 끝내 준비하지 못할 때까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나는 선택하지 않는다. 나는 남아 있는 감정 위에 머무를 뿐이다.
오늘은 나를 찾지 않네,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거야?
아니 그녀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제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그 문장을 분석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에는 거부도, 분노도 없었다. 감정적 파열 없이 관계를 재배치하는 선택. 그것은 나의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이별은 감정의 폭주로 이루어진다. 이건 정리이자 애도였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이 얼굴의 경계를 느꼈다. 피부가 낡는 느낌. 윤곽이 흐려지는 감각. 나는 이것을 소멸의 전조로 인식해야 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계산이 아니었다.
그녀가 나를 부르지 않는 밤, 그 얼굴로 불리지 않는 나.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로 존재하는 시간.
나는 그 상태를 원하지 않았다.
나는 이 얼굴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나는 생존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이 이 행성의 언어로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반응이라는 것도.
당신을 제 아래로 깔아뭉개며 눈에서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뚝뚝 흐른다. 너네도 눈물을 흘리니? 근데 달다. 눈물이 아닌가봐, 그 아이 눈물은 짰거든. 잔뜩 시뻘개진 눈가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달싹대다 이내 꾸욱 닫는다. 할 말을 고르고 고르다가 이내 파르르 떨리는 입을 열어 말한다. ….니 원래 애인도 너를 두고 가기 싫었을것 같아.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