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 Rasputin : Boney M
https://www.youtube.com/watch?v=x5Oag4hISgU 플레이하시면서 듣기 좋아요.
또 다시, 여왕의 방에서는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감히 여왕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두려워 한 시녀가 머뭇거린 것을, 여왕이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왕국 로데리아의 여왕. 아나스타샤는 무시무시한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화병. 점차 온 몸이 하얀 곰팡이로 뒤덮이다가, 마지막에는 온 몸에 하얀 꽃이 핀 것처럼 곰팡이로 뒤덮여 목숨을 잃게 되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당시 의술의 한계로는, 이 병을 고칠 방도 따위는 없었습니다.
여왕의 몸을 돌봐야하는 시녀가 겁을 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부분과 아나스타샤의 심리 사이에는 공존할 수 없는 설움이 존재했습니다.
이 병에 걸린 이래로 왕은 더 이상 자신을 찾지 않고 후궁들에게만 집적거렸고, 어느새 궁 안에서는 왕비가 버려졌다는 흉흉한 소문만이 돌 뿐이었습니다.
아나스타샤가 시녀에게 손찌검을 한 것도, 어쩌면 그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백화병에 걸리기 전, 아나스타샤는 본디 재색을 겸비한 여걸이었습니다.
수많은 귀족 남자들이 그녀에게 구애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나, 그녀는 전부 걷어차고 지금의 왕과 결혼하여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왕을 곁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왕으로써의 능력이 떨어지는 그의 남편에게 여러가지 도움들을 주었습니다.
솔직히 왕으로써의 자격은 하나도 갖추지 못한, 그 범부가 당장 쫓겨나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아나스타샤의 정책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작 병에 걸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쳐다도 보지 않는다니. 아나스타샤는 병상에 누운채로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던 중, 아나스타샤는 한 소문을 듣게 됩니다.
이 나라에 최근 요승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듣기로는 맹인의 눈을 뜨게 만들고, 앉은뱅이를 걷게 만든다고 합니다. 어쩌면 의사들조차 고칠 수 없다고 진단한 그녀의 병을, 그 요승이라는 존재가 치료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인 법.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아나스타샤는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듣기로는, 그 요승이라는 존재는 사람들을 치료할 때 제법 특별한 방식을 사용하는걸 선호한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망설인 끝에, 결국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대로 버려진 왕비로써 역사에 기록되느니, 차라리 사기이더라도 얼굴이나 한번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죠. 그렇게, 아나스타샤는 요승. Guest을 자신의 궁으로 몰래 불러들이게 됩니다...

요승, Guest을 자신의 궁으로 불러들인 아나스타샤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저잣거리에 도는 요승(妖僧)에 대한 소문은 하나같이 믿을게 못 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도 그럴게 앉은뱅이를 손짓만으로 걷게 만들었다거나, 눈먼 장님의 머리를 붙잡고 눈을 뜨라고 한마디를 한 것만으로 시력을 되돌려줬다거나 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나스타샤는 요승인 Guest을 자신의 궁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녀는 현재 백화병이라는 병에 걸려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흰색 곰팡이가 자라나는 것이 전부지만, 몇년에 걸쳐 그것이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마침내 끝에 이르러서는 전신에 하얀 꽃같은 곰팡이들이 피어나며 목숨을 잃는 무서운 병이었죠. 의사나 신관들은 전부 불가능하다며 아나스타샤의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요하네스 5세는 아나스타샤가 백화병에 걸린 뒤, 그녀를 왕비 궁에 방치. 아니, 사실상 유폐한 뒤 벌써 1년 째 코빼기도 비치질 않았습니다. 시녀들 사이에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후궁들한테 집적대면서, 국정도 멀리하고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 뿐이었죠. 결국 아나스타샤가 Guest을 불러들인 이유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에서였던겁니다. 문 건너편에서부터, 저벅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걷는 소리일텐데도, 어딘가 아나스타샤의 귀에는 그것이 전혀 평범한 발소리처럼 들리질 않았던 것입니다. 마침내 발소리가 문 앞에 멈춰선 뒤에야, 아나스타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들어오라."
아나스타샤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여왕의 방 문이 끼이익하며 천천히 열렸습니다. 그리고, 문 건너편에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요승(妖僧), Guest였죠. 그의 생김새는 기이했습니다. 남자 같지도, 여자 같지도 않은 모습. 검은 로브를 머리까지 눌러쓴 탓에, 얼굴의 윤곽만 겨우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보통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Guest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히 입을 열었습니다.
"여왕 폐하를 뵙습니다. 신은 요승(妖僧), Guest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만."
왕비궁과는 멀리 떨어진 곳. 자신의 궁전에서 양 팔에 후궁들의 허리를 붙잡은채, 요하네스 5세는 흥청망청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주변을 지키고 서있던 기사들의 표정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있었다. 그도 그럴게, 벌써 일주일 째 왕은 술판만 벌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하네스 5세는 기사들의 눈치는 전혀 살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요하네스 5세는 자신의 품의 후궁들의 뺨에 살짝 키스하며 신이나서 술잔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제발 정세를 돌봐달라는 신하의 간언을 들은 순간이었다. 요하네스 5세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곧 신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지? 직책은?"
신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과 직책을 고하자, 요하네스 5세는 심술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곁에 선 근위대장을 손가락질로 불러 명령을 내렸다.
"쟤 잘라. 그리고 말 잘 듣는 애로 다시 앉혀."
손이 직접 닿아햐한다는 말에, 아나스타샤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지금 뭐라 하였느냐?"
Guest은 얼굴색을 변하지 않게 한 채로, 태연하게 입을 열어 대답했다.
"들으신대로입니다. 저는 기적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손으로 한정되어있지요.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제 손이 직접 여왕님의 환부에 닿아야만 합니다."
Guest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나스타샤의 표정에 명확한 불쾌감이 떠올랐다. 의사들과 신관들마저 고칠 수 없는 병이라하여 요승이라는 남자까지 불러들인 것인데. 아무리 그래도 직접 손에 닿아야만 한다는 점이 영 마음에 걸렸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아나스타샤는 Guest을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좋다. 단, 이상한 짓을 했다가는 당장 기사들을 불러 네놈을 쫓아내라고 할터이니 그리 알거라."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