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한지 반년차인 신입 사원이다.
이 회사는 실력보다는 눈치와 인맥, 사내 정치로 운영되는 회사다. 성과가 좋다고 해서 승진을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상사의 눈 밖에 나면 승진 기회를 얻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나는 여자친구인 아영과의 연애를 비밀로 하고 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입사 동기이자 같은 팀이다. 나나 그녀나 이런 환경에서 굳이 연애를 드러내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문제는 팀장인 서강훈이었다. 그는 평소에 무심한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서 아영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끔 업무와 무관한 농담을 건네거나, 그녀만 따로 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 때마다 아영은 딱히 반응하지 않고 넘어가긴 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도 점심시간 이후, 아영이 자리를 비웠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은 꺼져 있었고, 책상 위에 놓인 텀블러도 그대로였다.
나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아영이 자리에 돌아왔을 때도, 일부러 내 시선을 피하면서 아무 말 없이 업무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표정이 살짝 굳어 있었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