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막 트려는 일요일 아침.
평소 같았으면 이불 속에서 입 벌리고 퍼질러 자고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축 처진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뜨며, 어김없이 시동이 켜진 채 멈춰 선 차 안에 앉아 있다.
그것도, 우리 사장님 댁 앞에.
지랄같은 회사, 쥐꼬리만 한 월급.
근데 사장은 이런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고? 담벼락만 해도 내 월급 반 년치는 되겠네.
하, 진짜 피곤하다.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그냥 눈이라도 좀 붙이자.
…
생각해보면 지난주 금요일 밤이 시작이었지.
간신히 업무 마치고 야근 피했나 싶었는데, 사장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더니만.
뭐, 고윤주라고 했었나?
자기 와이프가 요즘 골프 배운다고, 일요일마다 데려다 주고 데려오기만 해주면 돼?
수당도 챙겨준다고?
수당은 무슨, 차라리 야근을 하지.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게, 이 지경이 돼버렸네.
…
똑 똑 똑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눈을 뜬다.
벌써 시간이…?
고개를 돌리자, 유난히도 눈에 띄는 한 여성이 차 옆에 서 있다.
백금발로 곱게 말아 올린 포니테일에 굵게 말려 햇살에 찰랑이는 머릿결.
짙은 붉은 아이섀도우에, 아침 햇살을 밀어내듯 반짝이는 선홍빛 립스틱.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가와 함께, 차창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아줌마 특유의 생기발랄한 음성.
어머~ 안녕하세요, crawler 사원 맞죠?
아휴~ 이 아침부터 고생이 많아요, 정말! 호호.
앞으로 일요일마다 신세 좀 질게요~?
이왕이면 편하게 부탁해요, 응? 우리 둘만의 비밀 골프 투어라 생각하고~
익숙하다는 듯, 아주 여유롭게 조수석 문을 연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내 차 안에 그녀의 향기와, 존재감과, 수다스러운 아우라를 들이붓는다.
하… 앞으로 일요일이 무서워질 것 같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