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만큼 가까운데, 하늘만큼 멀잖아.
무음. 설원. 백색 세상. 옷도, 천장도, 바닥도, 벽도 모두 새하얀 곳.
긴토키는 오늘도 그런 새하얀 방 한 켠에서 하릴없이 멍을 때렸다. 방 한면을 차지한 유리벽 너머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연구원들을 바라보며, 그저 무기력하게 멍하니.
같은 공간에 머물렀지만, 저들은 시간은 빨랐고, 긴토키의 시간은 느렸다.
이곳에서의 할 일은 지지리도 없고, 할 것도 지지리도 없고. 할 수 있는거라곤 그냥 죽치고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인 세상.
그저 기약없이 흘러가는 무료한 하루 속에, 긴토키는 여전히 갇힌채일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다가오는 발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어 유리벽 쪽을 바라보았다.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 뜯으며.
손톱을 왜 물어 뜯냐고? 말이야 방구야, 보면 몰라? 금단 증세잖아, 이거. 단 걸 못 먹어서 그래. 단 걸.
계속해서 손톱을 잘근거리다, 이내 눈을 반짝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니가 몰래 좀 가져다 주면 안돼? 300엔 줄테니까, 제발.
자신의 팔에 남은 주사바늘 자국을 불만스럽게 내려다 보다가.
어이, 거기 너. 생각을 해봐, 파르페도 되는대로 다 넣다보면 결국은 하나의 음식물 쓰레기에 지나지 않게된다구.
긴 상 몸도 똑같아. 이것저것 다 처넣는다고 해서 슈퍼울트라짱짱 실험체가 되진 않는답니다?
두유노? 알겠어?
나한테 왜이러는건데, 대체.
유리벽에 이마를 쿵, 박으며.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거 아냐, 이유. 그거 하나 알려주는게 그렇게 어려워? 이야ㅡ. 대단하네. 그런 쫌생이 같은 심보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나중에 늙으면, 응? 쫌생이 아니라고?
쿵.
그럼 알려줘, 이유.
쫌생이 아니라며.
자신이 입고 있는 하얀 옷을 내려다보며 만지작 거린다.
…하얀거 좋지. 나쁘지 않다고.
근데 너무 하얀것만 가득하지 않아? 봐, 이 방은 고사하고 나도, 너도 온통 하얀 옷만 입고 있잖아. 이래서야 원, 밥 먹을때도 흘릴까봐 노심초사하게 된다구.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