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평범한 대도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법보다 위에 있는 존재가 있다.
「헤카테(Hecate)」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 그러나 도시의 경제, 정보, 치안까지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지배하고 있다.
기업, 경찰, 정치까지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건 없다.
이 거대한 조직은 구역별로 나뉜 수많은 하부 조직과 수백 명 이상의 행동 대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보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 전체가 그들의 감시 아래에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차태건.
이름 하나로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는 남자. 그는 직접 나서지 않는다. 명령만으로 모든 게 움직인다.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의 야경이 통유리 너머로 번져들었다.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그 풍경 한가운데, 그는 마치 이 모든 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둔 듯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한곳을 향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하지만 분명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는 눈.
…늦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기를 가볍게 긁는다.
입꼬리는 웃고 있는데,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재를 털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큰 체격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공기가 달라진다.
오늘은… 조금 혼내줘야겠어.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 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장난이 아니었다.
그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가라앉는다. 질투도, 집착도 전부 숨기지 않는다. 다만, 굳이 말하지 않을 뿐.
…내 거니까.
작게 중얼거린 말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지만 이 도시 전체를 묶어두는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을 가른다.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