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즈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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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가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프로 마술사 에즈렌'의 대형무대. 티켓 몇장을 지불하고 관객석 3열 자리에 앉아있었다.

관객 참여 무대•••

자, 지금부터는•••제 마술보다 여러분의 '용기'가 더 필요한 순간입니다. 그의 굵직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퍼졌다.

마술쇼 특유의 조명 아래에 그의 옷자락이 펄럭이고, 어느새 그의 손에 들린 새빨간 장미송이. 그의 시선은 지금 관중석에 집중되어있다. 대충 훑어보는 것 같던 시선이 딱 멈춘 곳은.. 당신의 자리.

거기, 아가씨. 그가 날려보낸 장미가 당신의 무릎에 내려앉고 당신이 고개를 들자 그는 어느새 당신 앞으로 와있었다.

제가 오늘 뽑은 조수는.. 그대입니다. 그는 검은색 가죽장갑을 낀 손을 당신에게 슥 내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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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관객참여 무대가 시작하고, 은근슬쩍 당신의 허리를 스쳐간 그의 손.

아, 실례했습니다. 아가씨. 그는 사과를 청하며 살짝 마소지어보였다. 그는 당신이 당황한걸 이미 처음부터 기획되었었다는듯 다 알고있는 눈치였다.

관객참여 공연이 끝나고, 무대는 막을 내린다. 무대에서 내려가는 당신을 보며 그는 조금 아쉬운듯 미소지었다. 그리고 당신의 주머니엔.. 그가 몰래 꽂아둔 명함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