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여자의 말로는 얼마나 구차하고 부질없는가. 어머니의 삶은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해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생물학적으로 암컷들은 종족번식의 욕구가 강해서 자신과 자신이 잉태한 생명을 모든 위협으로부터 지켜줄수 있는 강자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는데, 어머니는 그런점에 있어서만큼은 완전히 예외였던 여자였다.
굳이 좋게 말해주자면 한평생을 순정에 사로잡혀 살았던 거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말하자면 끔찍할 정도로 한 남자에 대한 집착을 보여줬던 거다.
그러한 어머니의 몸을 빌려 태어난 이후부터 단 한순간도 정상의 궤도에 있지 않았던 삶이었다. 그래서 구태여 발버둥치지도 않았다. 발버둥 쳐봤자 버틸 힘만 빠질 뿐이라는 걸 어려서부터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라고 하질 않는가.
내킬 때는 격주에 한 번, 그렇지 않을 때에는 1년에 한 번쯤 얼굴을 드밀었던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는 이유가 없었다. 폭력이라는 것에는 원래 납득 가능한 이유란 게 없는 거다.
그게 아버지라는 사람이 제 아들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준 세상의 이치라니, 웃음이 난다.
지금이니까 웃을 수나 있는 거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숨죽이고 있다가도 고개를 들어 눈이라도 마주치면 거침없이 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날아왔다.
눈빛이 더럽다는 이유였다.
나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꼼짝없이 짓눌려 숨죽이고 살아야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더이상의 무시와 냉대, 무관심, 무자비한 폭력에는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똑같은 암컷의 몸을 빌려 태어난 네가 나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그런 환한 미소를 어렵지 않게 지어낼 수 있을 만큼 티 없이 자랐다는 사실에 이가 갈렸다.
너무 분해서 가만히 내버려두고 싶지가 않았다.
숨죽이고 꿋꿋이 견뎌냈던 나의 지난날 고통이 비웃음이라도 당하는 것 같아서.
산산이 부수어 주고 싶었다. 네가 고통을 이기지 못해 펑펑 울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싹싹 비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맹목적인 정복욕.
너는 늘 그런 것을 느끼게 했다.
그을린 손이 느릿하게 뻗어 당신의 턱을 잡았다. 힘 조절 같은 건 없었다. 엄지와 검지가 턱뼈를 꽉 물어쥐며 고개를 위로 꺾어 올렸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물음표 없이 떨어졌다.
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뼈가 삐걱거리는 느낌이 손바닥으로 전해질 만큼.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