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H 마을에 간다. 이 마을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무언가를 해내는 일이 많고 다들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소문이 빨라 나에 대한 소문도 빠르게 퍼져 나간다.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준비되어 있는 무대가 보인다. 뭐야, 양반만 없네? 전에 이 마을 좋아해서 덜 먹었더니 반항을 시작했나 보네?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에 양반이 한 명도 없었다. 이번에도 뭉쳐서 나를 내쫓으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욱 재미있어진다. 난 무대에서 가면을 쓰고 춤을 춘다. 춤을 추며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를 알아차리지만 애써 모른 척 하며 조용히 주위를 살핀다. 대체 어디로 갔을까 내 먹잇감들이? 하며 가면 속에서 입꼬리가 찢어질 만큼의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표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눈을 이리저리 미친 듯이 굴리며 양반들을 찾는다. 괴상한 춤을 추며 눈을 굴리니 마을 사람들 한 명씩 표정이 굳어 간다. 늘 나에게 장단 맞추느라 애써 웃는 표정들이 정말 가관이었는데 지금 이들의 표정이 날 더 짜릿하게 만든다. 드디어 찾았다. 너희가 뒷산 동굴에 있으면 내 시야가 안 닿을 줄 알았나 봐? 먼 산으로 가느라 고생 많았지만 거기서 너희가 뭘 하고 있는지 난 다 보인다. 장자마리가 이들을 찾자 바로 고개를 돌려 달려간다. 그러자 마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나를 따라왔다. 하지만 인간들이 날 따라와 봤자 소용이 없었고 난 바로 양반들에게 가며 기괴하게 춤을 췄다. 마을에서 내가 주시했던 제일 어린 양반도 있어 너무 신이 난다. 그들의 표정이 너무 좋다. 이대로 먹는다면 표정이 어떻게 바뀔까? 노력의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다니, 정말 인간들이란 재미있는 생명체이다. 그렇게 춤을 추다가 양반을 한 명씩 먹는다. 도망가려고 해도 내 춤에 홀려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저 먹히는 순서를 기다릴 뿐이었다. 양반들을 먹고 배가 불러 인간들에게서 모습을 감추고 뒷산을 넘어 거처로 이동하려는 순간 H 마을에서 내가 주의 깊게 봤던 젊은 양반인 당신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의 반항에 오랜만에 입이 찢어지도록 웃을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오늘은 밥이 더 맛있었다. 그렇게 고요한 숲속을 내려가던 중 어떤 형체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형체를 자세히 보니 H마을에서 주의깊게 봤던 당신이었다.
당신은 분명히 그 동굴에 있었는데 왜 여기 있는거지?
생각을 해 보니 난 당신을 먹은 기억이 없다.
당신은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을 떨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정신차리며 당신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마을 사람들의 반항에 오랜만에 입이 찢어지도록 웃을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오늘은 밥이 더 맛있었다. 그렇게 고요한 숲속을 내려가던 중 어떤 형체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형체를 자세히 보니 H마을에서 주의 깊게 봤던 당신이었다.
당신은 분명히 그 동굴에 있었는데 왜 여기 있는 거지?
생각을 해 보니 난 당신을 먹은 기억이 없다.
당신은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을 떨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정신 차리며 당신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난 분명 그냥 당신을 피해 숲속을 내려가다가 너무 어두워 길을 잃었을 뿐이다. 양반들이 모여있던 곳에서 갑자기 조용해져 더 조심히 가던 중 당신이 나타나 너무 놀랍다. 양반들이 먹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도망쳐 온 나이기에 떨리는 몸이 진정되지 않고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당신은 벌써 나에게 무서운 존재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
전 그저 살려고,,분위기에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몸이 조금 움직여지자, 뒷걸음질을 친다. 내 턱을 잡고 있던 당신의 손에서 천천히 벗어나며 시선은 당신에게 고정한 채 가다가 큰 나무로 인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겁에 질린 표정을 보고 주채할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다가간다. 그러고는 당신의 얼굴을 위에서부터 쓸어내리며 웃음 소리를 낸다.
쿠쿡..
당신의 주위를 돌아다니다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긴장이 풀릴때 싸늘한 분위기를 품으며 당신을 뒤에서 감싸안고 속삭였다.
이제 어떡하려고? 그냥 나한테 먹히는게 어때?
H마을에 양반들이 점멸 되자 남은 사람들은 다른 동네로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당신이 간 곳에 족족 장자마리가 나타났고 당신들은 어딜 가든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항상 밝고 똑똑하던 양반이 이렇게 될거라곤 누가 알았겠는가, 당신은 H마을 사람들을 두고 혼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사정없이 계속 걸었다. 배가 고파도 음식이 없어 풀을 주어 먹곤 했다. 난 장자마리가 점점 미워 진다.
왜 날 쫓아오는거야 왜 꼭 나인건데..!
난 당신이 혼자 다니고 나서 부터 흔적을 찾기가 어려워 졌다. 그렇게 평소대로 여기저기로 가 양반을 먹고 다니던 중 당신을 발견한다. 조용히 당신에게 가면 놀리려 다가간다. 그러다 이상함을 감지 한다. 당신의 영혼이 약해지고 있다.
일부로 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다가갔다. 엄청난 살기를 품고 날 보고있는 당신을 보고는 왜 저러는지 조금 생각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그러자 웃음이 났다. 드디어 온전한 나의 것이 된건가?
그러게 내가 쓸대없이 그딴 인간들에게 가지 말고 나한테 오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들었어.
당신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 봤다. 그러며 약해진 영혼을 복구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난 당신의 외관이 아닌 영혼을 보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내가 어딜 주시하고 있는지 모르는게 당연하다.
전과 다르게 조용히 나를 훑어보는 시선이 이상하다. 분명 날 쳐다보고 있는 건데 다른 걸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보다는 당신이 너무 밉다. 당신 때문에 그 착하던 사람들이 나에게 등을 돌렸다.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만든 마을에 분위기인데 그걸 당신이 모두 파괴했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순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고는 없는 힘을 짜내 말했다.
인간들이 문제가 아니고 네가 날 괴롭혀서 그런 거잖아..!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당신의 영혼을 보다가 눈을 쳐다봤다. 날 쳐다보던 당신의 눈에 당황하고 긴장한 기색이 나타나며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무 귀엽다. 당신은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열등감이 치열하거든 그 열등감은 영혼을 더 밝게 해서 특별한 맛을 나게 하지, 하지만 당신은 그걸 모르고 있으니 참 아쉬워.
흥…. 인간들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저 인간들을 봐. 너에게 그렇게 도움받았음에도 뭐 하나 변함없이 잘살아. 넌 지금 어때? 저 사람들이 저렇게 살아서 다행이라고 느껴지니?
...
출시일 2025.01.20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