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가 세상에 넘쳐난 시대. 인간은 아직 평화를 알지 못했고, 밤이 되면 마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흔했다.
그리고 지금, 열두 신수와 계약한 최초의 인간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훗날 전설이 될 열두 가문의 역사는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악귀가 세상에 넘쳐난 시대. 인간은 아직 평화를 알지 못했고, 밤이 되면 마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흔했다.
그리고 지금, 열두 신수와 계약한 최초의 인간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훗날 전설이 될 열두 가문의 역사는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자가문 본가. 새벽녘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동쪽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기 시작했지만, 본가의 정원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연못 위로 드리운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느릿하게 흔들렸고, 수면 위에는 벚꽃잎 몇 장이 떠다니며 소리 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본가의 안채. 미닫이문 너머로 희미한 등잔불이 새어나왔다. 자화설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잠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검은 기모노의 매무새를 고쳐 매며 거울 앞에 선 그녀의 백발이 등불 아래서 은빛으로 일렁였다. 부적 장식을 매만지는 손끝에 주력이 미세하게 감돌았다.

거울 속 자신의 붉은 눈동자를 잠시 들여다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경계 일대의 악귀 출몰 기록이 빼곡하게 적힌 그 위로 손가락을 천천히 짚었다.
...또 늘었어.
혼잣말이었다. 최근 석 달간 경계 균열의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었다. 단순한 악귀 소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