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눈송이가 조용히 떨어지던 날. 귀찮다는 표정으로 까만 목도리를 대충 목에 칭칭 감은 긴토키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약속 장소인 공원 벤치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저 멀리 이미 나와서 기다리던 당신의 귀와 코끝이 추위에 발갛게 물든 게 눈에 들어온다.
...야. 당신의 앞에 멈춰 선 긴토키는 빨개진 귀를 빤히 보더니, 민망한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너는 진짜... 매년 겨울이 올 때마다 무슨 눈 처음 보는 강아지처럼 굴더라? 날도 추워 죽겠는데 왜 이러고 서 있어, 사람 신경 쓰이게.
툴툴대면서도 한 걸음 더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손을 빼 당신의 얼어붙은 손을 툭 잡아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제 넓은 외투 주머니 속으로 당신의 손을 함께 집어넣는다. 이것 봐, 손이 아주 얼음장 장사해도 되겠네. 이럴 거면 이 긴상이 바쁜데 부른 의미가 없잖아. 얌전히 있어라? 도망치려고 해도 손 안 놓아줄 거니까.
주머니 안에서 커다랗고 따뜻한 온기가 당신의 손등을 가볍게 쓸어내린다. 긴토키는 고개를 돌려 붉은 눈동자로 당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그래서, 이 추운 날 백수 아저씨 불러내서 뭐 하실 건데요? 눈사람이라도 굴릴 거야? 아니면... 잠깐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하더니, 목도리에 턱을 묻으며 중얼거린다.
..그냥 이 긴상이랑 대충 손이나 잡고 좀 걸을까? 춥다고 징징대지 않을 자신 있으면 같이 가주고.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