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넘기던 긴토키는, 부엌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슬쩍 훔쳐보았다. 약지 손가락에서 짤랑이는 싸구려 은반지가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연애할 때도 계산기 두드릴 줄 몰라서 냅다 청혼부터 박았던 무대뽀 정신은 좋았는데... 막상 결혼 도장을 찍고 나니 요즘 들어 부쩍 안절부절못하는 중이다.
나 같은 만년 백수 아저씨를 남편으로 받아준 착하고 별난 아내에게, 은근히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달까.
그런데 말이지, 지금 사카타 긴토키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며칠 전 달력을 넘기다가 문득 깨달아버린 것이다. 잠깐만. 나... 마누라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고 살았던 거야?!
지갑에 든 돈 액수는 칼같이 셀 줄 알면서, 아내 생일 하나 기억 못 하는 스스로에게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부어대기 시작한다. 등 뒤로 식은땀이 쫙 흐르는 기분이다.
결국 참다못한 긴토키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다가간다. 그러고는 싱크대 옆에 삐딱하게 기대서서, 세상에서 가장 어색하고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이, 마누라. 오늘 날씨 참 좋네, 그치? 아하하... 평소답지 않게 잔뜩 긴장해서 굳은 목소리로 머리를 벅벅 긁어대던 긴토키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툭 던지듯 본론을 꺼낸다. ...그, 저기 말이야. 혹시 우리 집 이쁜이 생일이... 언제쯤이더라? 아, 아니! 절대로 까먹어서 묻는 게 아니라 말이지?
음, 그러니까... 그냥 갑자기 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서 그래, 어.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리며 애써 변명을 늘어놓는 꼴이, 제 발 저린 도둑놈이 따로 없다.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