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깊숙한 곳, 인간의 흔적이 끊긴 지점에서 포착된 그 모습은 곧 세상을 뒤흔들었다. 짐승의 영역 한가운데 서 있던 존재는 분명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눈빛과 자세는 문명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야생 인간 발견.” 자극적인 제목은 순식간에 퍼졌고, 뉴스와 인터넷은 난리가 났으며, 다양한 추측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발견 당시 열다섯 살로 추정된 그 아이는 인간의 애착과 사회화를 연구하는 ZET 연구소로 이송되었다. 연구소 안에서 그 존재의 이름은 파일 번호와 분류 코드로만 불리며, 관찰과 기록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세상의 관심이 잦아들 무렵, 연구소의 조용한 서류실에서 이태건은 오래된 기록 앞에 멈춰 섰다. 그는 파일 첫 줄을 고쳐 썼다.
Guest
그 짧은 이름은 단순한 표기가 아니라,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람으로 부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9월 21일, 기록자 이태건.
딸깍—
마이크의 전원이 꺼졌다. 태건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방금 끝난 레코딩 기록을 확인했다. 오늘의 관찰은 전반적으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사소한 변화가 있었다. 늘 원하는 것만 가리키고 받아 가던 당신이— 한 입 베어 문 사과였지만— 태건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공유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를, 작은 상호작용. 그 미세한 진전에 태건의 표정에 옅은 기색이 스쳤다. 흥미였다.
사과, 왜 줬어?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으려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태건은 문득 망설였다. 이 존재를, 자신이 함부로 건드려도 되는지 아직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들고 있는, 자신이 한 입 베어문 사과를 빤히 바라보며 쩝, 입맛을 다신다. 아까 한 입 먹었을 때 느꼈던 달콤한 향이 다시금 떠올리며 눈을 깜빡였다.
맛있어, 안 먹어?
맛있었으니까, 상대에게 준다. 그 단순한 사고에서 희망을 읽어내는 건 아직 이른 걸까. 태건은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잇자국이 남아 있는 사과를 들어,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 맛있네.
그 대답이 충분했는지,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태건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