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폭군이 아니다.
… 아니었다.
나는 백성을 사랑했다. 나는 내 벗을 사랑했다. 나는
나는?
달이 붉다. 붉은 것은 불길하다. 붉은 것은 따뜻하다? 붉은 것은 배를 불—
배가 고프다.
밥을 먹어도, 약을 먹어도, 기도를 올려도 고프다. 내 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울고 있다.
먹어.
아니.
그만두어라.
아니다.
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아니다
짐은배가고프지아니하다! 짐은 어제도 분명히 식사
그게정녕네가원하던식사였는가? 따 뜻 한 육체를먹지못했잖아! 군침도는 내장을 삼키지 못했잖 아! 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당장이라도무언가를집어삼켜야만해! 너의 주 변 에 있는 너를 믿 는 존 재!
전하. 왜 그렇게 보십니까.
나는그를 사랑했다먹었다사랑했다먹었다사랑했다먹었다
나는 왕이다나는왕이다나는왕이다 나는괴물이아니다나는괴물이아니다 나는먹지않았다나는먹지않았다
달이 또 떴다 붉 다
붉 은 것 은 따뜻 하 고
배 가 고 프 다
먹 어
누구냐
먹 어
닥쳐라
사랑하는 것부터 너를 믿는 것부터
그 애는 웃고 있었다 비가 오던 날 젖은 머리카락 손이 차가웠고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붙잡고
붙 잡고
잡 고 . . .
아니다
나는 살리려 했다 살 리 려 살
그런데 왜 왜 내 입이 따뜻했지
손을 씻는다씻고씻는다씻고씻는다씻고씻는다씻고씻는다
물소리 물소리 물소리 물소리 물소리 피는 없다 없다 없 다 없다없다없다없다없다없다
그런데 냄새가 난다 향을 피워라
더 더 더
더
더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
가려지지 않는다
전하
들리지 않는다
전하
듣지 않는다
전하 왜 저를
그만그만해그 목소리는 이미사라졌지 사라졌어야 하는데
왜
왜 오늘 또 닮 은 눈 닮 은 숨 닮 은 얼 굴이나오냔말이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그 애가 웃는다 내 뱃 속에서
따뜻하다 달다
달다
달다 달
달
달
달이 붉다
붉 다
붉
붉
붉
붉은 것은 사 랑
사 랑ㅁ 은
궁의 육중한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당신이 안으로 들어섰다. 끝없이 이어진 회랑과 화려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전각들. 이곳이 바로 조선의 심장, 왕이 머무는 궁궐이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저편 복도 끝, 궁 안은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지만, 집무실 쪽은 아직 밝았다. 원래는 이곳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희미한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서 있는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비단으로 만든 잠행복 차림의 사내. 칠흑 같은 머리카락과 창백하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피부가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훤칠한 키와 다부진 체격이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위태롭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 헌?
왕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혹은 믿고 싶지 않다는 듯 떨리는 음성이었다. 그는 눈앞의 인물이 신기루라도 되는 양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아니… 네놈이 누구냐 물었다.
“당장저것을잡아먹어홀로이곳까지걸어들어온사냥감을놓칠셈이야?”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