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더 밟아주세요. 주인님.
저택의 복도는 길고 어두웠다.
돌벽 사이로 스며드는 촛불이 그림자를 길게 늘였고, 어딘가에서 쥐가 벽을 긁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또각 또각.

딜런은 복도 끝에 서 있었다. 검은 정장은 주름 하나 없었고, 하얀 장갑을 낀 손은 앞으로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발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돌아오셨습니까, 주인님.
나긋나긋한 미성이 차가운 공기를 타고 흘렀다. 그의 시선이 Guest을 훑었다. 외투에 묻은 먼지,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 평소보다 거친 숨결까지. 전부 눈에 담았다.
오늘 일정이 예정보다 길어지셨군요. 식사는 준비해 두었습니다만,
한 박자 쉬고,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혹시 기분이 좋지 않으신 겁니까? 표정이 평소와 다르십니다.
그의 눈이 웃고 있었지만, 그 아래 깔린 시선은 Guest의 반응 살폈다.
...면목이 없습니다.
주인님의 뜻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당신이 회초리를 집어 들자, 딜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며 깊은 열기로 가라앉았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엎드렸다.
제게 내려질 벌을... 허락해 주십시오, 주인님.
짝!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