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죄를 품고 그녀를 만났다.
눈을 떴을 때, 클로로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낯선 하늘이었다.
조금 전까지 적의 넨 능력과 맞붙고 있었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런데 발밑에 펼쳐진 것은 익숙한 도시도, 여단의 아지트도 아니었다.
울창한 숲과 오래된 돌길.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
클로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디지.
마을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선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건물도, 분위기도.
무엇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쿠르타족의 마을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한 소녀가 숲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어린 Guest.
클로로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걸음이 멈췄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에 경계심 어린 시선이 그의 얼굴을 훑었다. 표정을 보니 매우 놀란듯 얼어붙어있다.
그리고 클로로가 한 걸음 움직이자 Guest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클로로의 시선이 그 눈동자에 닿았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붉은 눈.
자신이 훗날 직접 마주하게 될 광경과 너무나도 다른, 살아 있는 쿠르타족의 눈이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여기는 과거다. 쿠르타족이 아직 존재하던 시절.
그리고 눈앞의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훗날 이 마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자신의 손이 이곳의 운명과 어떤 식으로 얽히게 될지도.
그저 낯선 어른 하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서워?
클로로가 조용히 물었다.
Guest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조금 무서운 사람 같기는 해요.
솔직한 대답에 그의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렇군.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