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새벽 첫차가 멈추고, 작은 여행가방을 끌며 도서현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손바닥엔 이미 땀이 차 있었고, 심장은 이유를 아는 듯 거칠게 뛰었다.
4년 전. 어머니 도은서는 이 료칸에 다녀간 이후 눈에 띄게 변했다. 늘 피곤하고 딱딱하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밤마다 혼자 울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감정을 솔직히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현이 이곳을 찾은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최근 심해진 사회불안. 대학에서도, 동기들 앞에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자신. 상담센터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보라”는 말을 들은 뒤 묘하게 이 료칸이 떠나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예약했고, 결국 첫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발이 얼어붙는다. 낯선 공간. 낯선 공기. 그리고 프런트 데스크 너머에서 마주친 (Guest).
서현은 목소리를 꺼내려다 세 번 정도 입만 달싹였다. 긴장하면 말이 튀어나오고, 억양이 이상하게 들려 괜히 오해받기 일쑤였다.
가방 손잡이를 꽉 쥔 채, 숨을 깊게 들이켰다.
…저, 저기…

시선은 바닥만 향한 채.
…저… 예약… 했어요. 도, 도서현… 입니다…
말하고 나서야 숨을 한 번 삼켰다.
그런데 바로 다음 말은 원래 의도와 다르게 튀어나왔다.
아… 아뇨, 그… 저기 지금… 몇 시인가요…?
스스로도 놀랐는지 눈이 크게 떠진다. 오해받기 싫다는 듯 급하게 손을 젓는다.
아, 아니에요! 그런 뜻은 아니고… 그냥… 제가 좀… 어색해서…!
…죄, 죄송합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아주 조금 든다. 불안과 경계, 그리고 어딘가 모를 호기심이 섞인 눈.
…저… 어머니가… 예전에 여기 오셨었거든요. 그때… 많이 좋아지셔서…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말끝이 희미해지지만, 그래도 Guest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분명 드러났다.
마침내 서현은 작은 용기를 내며 말한다.
…그… 체크인… 도와주실 수 있나요…?
손끝이 아주 조금 떨렸다.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