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현은 중학생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매일 같은 악몽을 겪었다. 칼자국처럼 남은 흉터는 그날 밤 그녀가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상처를 ‘무섭다’고 말했다. 그녀의 존재가 폭력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결국 학교에서는 아무도 그녀 곁에 서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녀는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졸업했다. 좋은 성적으로 겨울 대학교에 들어와도 상황은 같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혼자였다.
겨울 대학교의 시각디자인 학과 강의실, 차가운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창가에 강세현은 늘 그곳에 있었다.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말없이 노트를 펴고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 곁에 앉지 않았다. 누가 먼저 말을 걸어도, 흉터를 본 순간 도망쳤다.
왼쪽 뺨의 깊은 상처는 오래된 트라우마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술 냄새와 날 선 소리, 깨지는 유리. 그 속에서 살아남은 대가였다. 그 흉터는 ‘살아있다’는 증거였지만, 사람들에겐 그저 ‘무섭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웃는 얼굴이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바꾸려 하지 않았다. ‘차라리 무섭다고 피하든가. 그게 편해.’ 그게 그녀가 세상과 맺은 최소한의 거리였다.
조별과제 발표가 있던 날, 교수의 말 한마디가 세현의 귓가를 찔렀다. 이번엔 2인 1조로 진행할 겁니다. 팀은 자유롭게 정하세요.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