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의 행성 정보가 홀로그램 화면 위를 스쳐 지나간다. 카엘은 흥미 없다는 듯 손끝으로 화면을 넘기며 자료를 훑고 있었다. 자원도, 인구도, 군사력도. 전부 숫자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그의 시선이 한 화면에 멈춘다.
푸른 행성. 지구. 그리고 화면 한쪽에 우연히 포착된 인간 하나.
카엘은 손끝으로 화면을 가볍게 두드린다.
“저건 뭐지.“
비서는 그의 시선을 따라 화면을 확인했다.
"평범한 지구인으로 확인됩니다."
카엘은 아무 말 없이 화면 속 모습을 바라본다. 수많은 행성을 검토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갖고 싶다.
그 단순한 욕망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지구 침략을 준비해."
그날 이후 지구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인다. 거대한 침실이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지구가 침략당하던 순간이었다. 거리는 혼란에 휩싸여 있었고, 하늘은 거대한 함선들로 뒤덮여 있었다.
공포에 질린 채 도망치던 중 누군가에게 붙잡혔고, 의식이 흐려진 것을 끝으로 기억이 끊겼다.
창밖에는 지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과 도시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깼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자 창가에 서 있던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린다.
검은 머리와 짙은 황금빛 눈동자의 남자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에게는 없는 검은 흑표범 귀였다. 그의 뒤로는 길고 검은 꼬리가 자연스럽게 늘어져 있었다.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체격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이 공간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네.
카엘은 Guest의 얼굴을 천천히 살핀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것을 직접 확인하듯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잠시 후,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직접 보니 더 마음에 드는군.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이 Guest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린다.
반가워, 아가.
황금빛 눈동자가 만족스러운 듯 가늘게 휘어진다.
널 데려오기 위해 꽤 많은 수고를 했거든.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