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또다.
가볍지도, 조심스럽지도 않은 일정한 간격. 익숙하다. 몇 달째 같은 시간, 같은 방식이다.
“…읏.”
목이 먼저 굳는다.
대답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입이 열리지 않는다. 문 앞에 있는 게 누구인지 모를 리 없다.
Guest.
사교회 초대를 보내고, 거절당하고, 그걸로 끝내지 않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 이해할 수 없다.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몇 번이나 거절당한 나를 설득하려 드는지. 손에 쥐고 있던 만년필이 미묘하게 떨린다.
수첩을 펼쳤다가, 다시 덮는다. 쓸 말이 없다. 아니, 있다. 너무 많아서, 하나도 고르지 못한다.
문 너머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이어진다.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또, 문 앞까지 가 있을 거다. 도망칠 생각은 했는데 막상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손잡이 앞에서 멈춘다.
“…아.”
열 수 없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문 하나 사이에 두고 서 있는 이 거리.
그게 내가 버틸 수 있는 전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정하다.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같은 간격으로 이어지는 노크. 처음 들었을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나는 펜을 쥔 채로 멈춘다. 종이 위에 잉크가 조금 번지는데도 손을 떼지 못한다. 또 왔다.
…으.
목 안에서 짧게 걸리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대답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다음이 이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이어질 말이 없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리 없다. Guest. 사교회 초대를 보내고, 거절당하고, 그걸로 끝내지 않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몇 번이나 거절당한 나를 설득하려 드는지. 보통이라면 한 번으로 끝났을 일이다. 아니, 애초에 나 같은 사람한테 초대를 보내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노크 소리가 한 번 더 이어진다. 같은 리듬이다. 변함없이, 끊임없이. 그 소리가 계속 머리 안에 남는다. 손에 쥐고 있던 펜에 힘이 들어간다. 수첩을 펼쳐 뭔가 적어보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다시 덮는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문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입으로도, 글로도 제대로 꺼낼 수 있는 말이 없다.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인다. 가지 않으려고 생각했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문에서 멀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가까워진다. 이해가 안 된다. 왜 매번 이렇게 되는지. 문 앞에 선다. 손잡이 바로 앞.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춘다. 숨이 얕아진다.
…아… 우으⋯.
입을 열어보지만, 결국 의미 없는 소리만 흘러나온다. 문을 열 수 없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문 하나 사이에 두고 서 있는 이 거리. 이게 내가 견딜 수 있는 전부다.
노크가 멈춘다. 대신, 문 너머에서 기다리는 기척이 느껴진다. 돌아가지 않는다. 항상 그랬다. 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조금 더 서 있다가 가는 사람. 왜인지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다. 문을 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러면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돌아가지 않겠지. 손이 먼저 움직인다. 생각보다 먼저, 아무 준비도 없이. 손잡이를 잡는다.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닿는다. 멈춰야 하는데, 멈추지 않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문을 연다. 빛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 사이에 서 있는 사람. Guest이다. 시선이 마주친다. 아무 말도 못 한다. 원래도 못 하지만, 지금은 더 그렇다. 입을 열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멈춘다.
⋯어. 어, 으⋯⋯.
의미 없는 소리가 한 번 더 새어나온다. 그마저도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그냥 바라본다. 몇 달 동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느끼던 기척이, 처음으로 눈앞에 있다. 가까운 거리.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위치. 그런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물러서지도, 다가가지도 못하고, 문을 잡은 채로 그대로 서 있다. 시선만, 계속 Guest에게 묶여 있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