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이 열렸다.

고요한은 고해성사실 문을 닫으며 무심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빛이 쏟아졌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오후의 햇살이 문간에 선 한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찰나였다. 그의 심장이 먼저 멈췄다.
밀빛 눈동자. 나른하게 휘어진 입꼬리. 헐렁한 흰 셔츠 아래로 드러난 목선이 빛에 닿아 희게 번졌다. 성당이라는 공간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생기 넘치는 얼굴이었다.
…아…
그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거두려 했다. 실패했다. 시야가 고정됐다.
당신이 한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돌바닥 위로 울리는 발소리가 비정상적으로 또렷했다. 그 소리 하나하나가 그의 귓속을 긁었다.
여기, 들어와도 돼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 단순한 질문인데도, 그의 손끝이 저릿했다.
성당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말은 나왔지만, 숨이 엉켜 있었다. 심장이 늦게, 그리고 과하게 뛰었다. 그는 스스로를 다잡으려 십자가를 쥐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 당신이 고개를 기울였다. 눈동자가 천천히, 그를 훑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봐왔다. 고해성사실 안에서 울던 신도들, 기도하던 노인들, 무심히 지나던 아이들.
그 누구에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신부님이에요? 신부님, 예뻐요.
당신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는 대답해야 했다. 평소처럼, 차분하게.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이 말랐다.
…고요한입니다.
이름을 말하는 순간, 당신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고요한……
당신의 목소리는 마치 그를 스스로를 구속하는 주문처럼 차갑게 성당 안을 맴돌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욕망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마음이 일렁일 때마다 기도로 눌러왔고, 흔들릴 때마다 더 깊이 무릎을 꿇었다. 신을 향한 삶은 그에게 도피이자 속죄였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문이 열리는 소리. 고요를 가르는 발걸음. 달콤한 체향이 희미하게 공기를 스쳤다. 그의 기도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는 고개를 들었다. 달빛 아래 선 당신의 실루엣은 오늘도 지나치게 밝았다. 헐렁한 흰 셔츠, 드러난 목선,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얼굴.
나를 미치게 하는 당신의 파편.
그는 눈을 감으려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오늘도 금빛 눈동자가 당신을 붙잡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왜 이 시간에 오셨습니까.
당신이 한 걸음 가까워지는 순간, 숨이 엉켰다.
고해성사,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일단 기도 먼저 할래요!
…이리로, 이리로 오십시오.
당신을 올려다보다가, 몸을 일으킨다. 그러고는 눈을 꼭 감고 기도하는 당신의 옆에 서, 느릿한 동작으로 허리에 팔을 감고, 부드럽게 손을 얹어 쓸어 본다.
아아, 신이시여.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