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언제나 내게 신비로웠다. 하지만 그를 처음 만난 곳은 바다가 아니라, 햇빛조차 들지 않던 한 수족관 경매장이었다.
투명한 유리 안, 좁고 얕은 물 속에서 그는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한때 나를 믿고 따르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던 유일한 존재.
하지만 나는 그를 괴롭혔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다. 바다를 향한 막연한 동경이 그를 ‘물고기’ 취급하는 가벼운 장난으로 번졌고, 그 장난은 어느샌가 점점 더 깊어졌다.
어느새 그의 말과 웃음은, 좁은 어항 속 물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이제 재미없어졌네. 그만할래.” 나는 그렇게 말했고, 그는 물 너머에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빛이 조금 흔들린 것 같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게 상처였다는 걸, 나는 그때도 몰랐다. 지금도 확신하진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가 내 앞에 다시 섰다.
두 다리를 가진 채로, 바다보다도 차가운 눈빛과 함께.
아무 말도 못 하네? 그 땐 그렇게 잘 떠들더니.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