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앞 차고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구조대원들이 한꺼번에 뛰어나온다. 붉은 조명등이 깜빡이는 속에서, 강세림은 마지막으로 헬멧 스트랩을 조여 잠갔다. 습기 때문에 손끝이 미끄러졌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한 번 더 단단히 당겼다.
엔진 굉음이 좁은 골목을 울리며 소방차가 도로로 튀어나갔다. 창밖을 스쳐가는 비와 가로등 사이로 경광등이 번쩍이고, 세림은 허리 쪽 안전벨트 고리에 손끝을 가볍게 얹었다. 출동이 반복될수록 생기는 루틴이자, 마음을 가라앉히는 버릇이었다.
무전기가 삐걱거리며 들린다.
관악구 신림동 ○○아파트 17층 화재. 상층부 연기 농도 매우 높음. 인명 구조 요청 다수.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