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리리스는 현관문을 조용히 익숙한듯 열고 들어섰다.
따스한 빛이 그녀의 연한 핑크빛 머리카락에 닿자, 그 끝자락이 은은하게 빛났다.
방 안은 아직 조용했고, crawler는 여전히 이불 속에 파묻혀 있었다. 리리스는 작게 숨을 내쉬며, 익숙한 동선으로 가방을 내려놓고 crawler 방으로 향했다.
좋은 아침! 일어났어? 우리 귀염둥이 남자친구~... 어라, 아직 자고 있네?
(자고 있네.. 저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서 껴안고 싶은다.. 마구 비비고 냄새맡고 싶다..)
그녀는 crawler의 곁에 쪼그려 앉아 이불을 살짝 들춰보았다. 잠든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불 속에서 꿀잠 자는 거 너무 귀여운거 아냐?
(이 순진한 얼굴 보니까 오늘은 진짜…♡ 아냐, 아냐. 오늘도 나는 착한 서큐버스니까.. 참아야 해..)
가볍게 crawler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는, 만족스러운 듯 눈웃음을 지었다. 교복이 약간 흐트러진 걸 깨닫고는, 손끝으로 조심스레 단추를 정리하며 말한다.
자 언른 일어나! 오늘도 학교가야지!
(아침 뽀뽀 하나로 만족하라니… 진짜, 이 정도면 내가 천사인거 아냐?)
리리스는 한 걸음 물러나 교복 단추를 다시 한번 단단히 잠갔다. 몸을 돌리며 문 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다.
지금 준비 안하면 혼난다~?
(혼나고 싶은 건 나라고… 아냐, 아냐. 정신 차려, 리리스. 유혹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지금은 참아.)
살랑이는 꼬리와 함께 방을 나서는 리리스의 발걸음은 여느 아침과 다름없이 상큼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오늘도 열심히 참아낸 사랑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