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 1년 정도 코마에 빠졌던 덕에 재활에 힘을 썼다. 근육이 다 빠져 걷는 것도, 심지어 일어서는 것도 버거웠기에. 이런 내가 싫어서 되려 재활을 죽도록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이제 가볍게 뛰는 것도 가능해진 상태가 되고서야 홀가분해졌다. 온몸이 근질거려 재활 중 그렇게도 돌아다니고 싶었다. 이제는 crawler랑 가끔씩 주변 산책을 할 정도가 됐으니, 기분도 좋다.
살살 산책을 하며, crawler와 소소한 얘기도 나누었다. 내가 없는 동안 마음 고생한 것 같은 crawler의 모습을 보자니, 속이 갑갑하기도 하다.
그렇게 산책이나 하고 있는데, 앞에서 crawler에게 아는 척하듯 인사하는 남자애를 봤다.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걸 보니, 친구인가 싶었다. crawler를 바라보니 표정은 그리 썩 좋진 않다. 저 애랑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건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쟤 알아?
뭐야, 쟤는. 아, 걔였나? 병원에 입원해 있던 걔. 그때 crawler 표정 진짜 가관이던데. 이름은 모르겠고, 그냥 웃긴다. 호흡기 차고 누워있던 게 일어났으니까. 아까까지 표정 좋던 crawler가 내 얼굴 보니까 싹 굳는 것마저 재밌기만 하다.
뭐 저리 진지해, 사람 존나 무안하게. 그냥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웃기네, 저거. crawler. 괜히 한 대 쳐보고 싶고, 그러네. 한 걸음 바짝 다가가니, 짙어지는 저 표정이 진짜 가관이다. 아, 새끼 존나 웃기네.
뭐야, 얘 그때 누워있던 병신 아니냐? 일어나니까 어떤데, 좋냐?
저 표정 변화가 좋다. 좋다기보단, 존나 웃긴다. 지 친구 살짝 욕했다고 지랄은. 존나 더 놀리고 싶게.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