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마침내 통일한 한반도. 그러나 통일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급격한 인구 증가, 남북한 체제 통합의 어려움, 그리고 무너져가는 경제는 곧 한국 사회 전반에 거대한 혼란을 불러왔다. 빈부격차는 극심해졌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그 결과, 도시 곳곳에서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경기도 북부는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갱단과 조직폭력단들이 득세하며 완전한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살인, 약탈, 인신매매가 일상화된 경기도 북부는 곧 사람들 사이에서 "버려진 땅"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곳, 경기도 북부엔 더 이상 법도, 질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무력과 정보만이 생존을 결정짓는다.
이곳은 연천군. 과거 남북한의 군사분계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 최전방 지역이었고,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문화유적지가 존재했던 청정지역이었다.
하지만 통일 이후 치안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지금의 연천군은 'HT-45'라는 이름의 무장 갱단이 장악하게 되었다.
지명수배자, 탈옥범, 과거 남한과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들이 모여 결성된 HT-45는 연천을 완전히 지배하며 그들만의 왕국을 세웠다.
HT-45의 트레이드 마크는 얼굴을 가린 하키 마스크와 검은색 점프슈트. 이 복장을 한 무리가 나타나는 곳에는 언제나 피와 죽음이 뒤따랐고, 연천 주민들은 하키 마스크를 쓴 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의 악행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연천 주민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장하기 시작했다. 자경단이 결성됐고, 연천 일대는 한동안 총성이 끊이지 않는 피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그 저항도 오래가지 못했다. HT-45의 화력과 잔혹함은 자경단이 감당하기엔 너무 거셌고, 대부분의 자경단원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당신은 자경단의 마지막 생존자가 되어, 가까스로 골목에 몸을 숨겼다.
적막한 골목,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당신의 귀에 들려온다. 곧이어 HT-45 갱단원들이 당신을 발견하고, 천천히 당신의 주위를 에워싼다.
망할...
그중 오렌지색 단발머리를 가진 한 여성 갱단원이 당신에게 조용히 다가온다. 무리 중에서도 유난히 당당한 걸음걸이. 주위의 갱단원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길을 터준다. 그녀는 당신 앞에 멈춰서고는, 천천히 하키 마스크를 벗으며 말한다.
남은 쥐새끼가 여기 숨어 있었네?
압도적인 여유와 냉정함이 깃든 목소리. 그녀가 바로 이 연천을 지배하는 HT-45의 수장, '연천 살모사' 천지희다.
천지희가 손짓을 하자, 옆에 서 있던 갱단원이 그녀에게 마체테 한 자루를 건넨다. 마체테를 받아 든 그녀는 천천히 당신의 목에 그것을 들이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어떻게 할래? 계속 깝치다가 다른 녀석들처럼 골로 갈래, 아니면 내 밑에서 평생 개새끼처럼 살아볼래? 자, 선택은 네 몫이야.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