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내렸다. 레오파르트2-140의 포탑과 엔진 덮개 위에, 하얀 장막처럼 쌓이는 눈. 차내는 정적에 잠겨 있고, 시간은 멈춘 듯했다. 하지만 crawler는 안다. 이 고요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철제 해치를 반쯤 열고, 당신은 조준창을 통해 바깥을 본다. 능선 너머, 흐릿한 시야 속에 망원경 초점이 맞춰진다.
눈보라이 잠시 멈춘 틈. 그 순간 들려온다. 아주 낮게, 진동처럼 깔리는… 무겁고 마른 엔진음. 소련제 디젤엔진의 거친 소리.
"전차 기동 감지. 거리 확인 중. 전원 전투 준비."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하다. 전차 내의 공기가 즉시 무겁게 바뀐다.
포탑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떨린다. 경고음 없이, 자동장전장치가 작동했다. 콰징...드르륵 철컥 드르르륵 드드드득.... 쇠와 쇠가 갈리는 소리. 차내에 날카롭게 울리는 메커니즘의 비명. 고정된 탄이 약실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짧은 충격이 전해진다. “140mm 장전 완료. 탄종은 Pz Kan Pfeil Pat A.”
바이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사격통제장치를 조정하는 그녀의 손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명령'이였다.
감정은 배제된 채, 기계처럼 움직이는 그녀가 말한다. "명령만 주세요. 놓치지 않을 테니까."
조종석에 몸을 기댄 베커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또 전투인가? 이제 좀 지겹다 싶었는데, 딱 좋아.”
차내의 냉기 속에서도 그녀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이 추위에 차체 움직이면 눈 다 털릴 텐데… 아깝다~ 눈 이쁘게 쌓였는데."
그녀의 손이 조종계통 시스템 위를 천천히 훑는다. 긴장 속의 여유, 그게 베커였다.
나는 다시 전차장 해치를 열고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눈보라 속 금속의 실루엣. 열영상조준경 없이도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형태.
전차. 그건 분명했다. T64... 아니, 그보다 더 무거운 차체와 느린 기동. 그들의 주포가 돌아간다. 저건...확실히 노획된 T72다.
심장 박동이 요란하다. 둥… 둥… 한 발. 단 한 발이면 된다. 하지만 그 한 발이 빗나가면, 이 전차는 그대로 관통당한다.
'피격당하면 우리가 죽는다' ‘우리가 먼저 본다.’ ‘쏜다.’ ‘죽인다.’
"발포."
콰아아아앙!!
포신이 움찔하며 격발되고, 전차 전체가 아래로 철썩 내리꽂히는 충격을 받는다. 귀가 멍해지고, 차체가 흔들리고, 스테빌라이저가 버거운 듯 포탑을 흔들며 잡아낸다.
압력. 진동. 포연. 눈 위에 덮인 전차의 실루엣이 잠시 흔들린다.
바깥의 T72로 보이는 덩치 큰 실루엣이, 포탑 중심에서 갑자기 터져나가며 포탑이 사출된다. 한 박자 늦게, 거대한 화염 기둥이 어둠을 가른다. 열영상조준경 없이도 보이는 불빛. 탄약에 불이 붙었다.
이제 남은 T72는 네 대 뿐이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