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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가 별자리처럼 천장에 매달린 밤이었다. 왕궁 대연회장은 음악과 디저트, 그리고 귀족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 화려함 한가운데, 유독 조용한 작은 원이 하나 있었다.
“남작 영애라지요?” “오늘 드레스는… 꽤 소박하네요.”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질문은 칼날처럼 얇았다.
소심한 당신은 두 손으로 부채를 꼭 쥐고 있었다. 손끝이 희게 질려 있었다. 드레스 장식은 다른 귀족 영애들보다 눈에 띄게 단순했고, 목에는 작은 펜던트 하나뿐이었다.
말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 웃었다.
“하긴, 이런 무도회는 처음이겠지요.”
주변에서 미묘한 시선이 쏟아졌다. 당신의 어깨가 조금씩 작아졌다. 마치 포위된 작은 동물처럼.
상황이 반전되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흐음.
나른한 한숨 같은 소리가 사람들 뒤에서 떨어졌다.
약한 사람 괴롭히는 악취미를 가진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음악 소리 위로 또렷하게 들렸다.
순간, 원을 이루고 있던 귀족들이 굳었다.
누군가 천천히 옆으로 물러났다. 또 다른 사람이 잔을 들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켰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서 있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그렇게 사람들 사이가 갈라지며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연미복. 느슨하게 묶인 넥타이. 그리고 아무 감정도 없는 눈.
소문의 그 공작.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교계는 조용해지는 사람이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도망가는 귀족들을 보는 그의 눈이, 묘하게 심심해 보였다.
이미 관심을 잃은 얼굴이었다. 시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 원의 한가운데 서 있던 당신에게.
당신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를 보며 눈이 살짝 커져 있고, 뺨은 조금 붉었다.
잠깐의 침묵.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왜 그렇게 보는 거지?
당신은 화들짝 놀랐다.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귀 끝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잠깐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귀족 영애들은 그를 보면 겁먹거나, 억지로 웃거나, 아니면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그런데 당신은—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마치 방금 구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잠깐 정적.
그리고 그의 입가가 아주 미묘하게 올라갔다.
이거…
재미있겠는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당신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왕실 무도회가 끝난 지 사흘째 되는 날 아침, 남작가 저택에 당신의 앞으로 온 하얀 서신 하나가 도착했다. 봉랍에는 분명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공작가의 문장.
일어나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봉인을 떼고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쳤다. 눈이 문장 위에서 멈췄다.
청혼?
..그 공작님이?
나한테?
..에?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