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너를 보았다. 숨이 막혔다. 진짜로.
공기가 목에 걸린 것처럼 멈춰버렸다. 그냥 복도를 지나가는 것뿐이었는데, 너는 그랬다. 나는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친구의 팔을 잡았다.
"야. 쟤 누구야?"
친구가 나를 쳐다봤다. 황당하다는 얼굴로.
"애새끼, 너도 남자야? 걔잖아. Guest."
이름 하나. 그걸로 충분했다.
소문은 들었다. 다른 학교 애들도 일부러 보러 온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그땐 과장이겠거니 했는데, 직접 보고 나니까 과장이 아니었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친구들한테 연애 상담이라는 걸 받았다. 내 입으로 그런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 친구들은 처음엔 놀리더니, 이내 진지한 척 머리를 맞댔다.
"공개 고백해."
"뭐?"
"사람 많은 데서 하는 거야. 주변에 보는 눈이 있으면 거절을 못 하거든."
나는 그날 밤 한숨도 못 잤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꽃다발을 들고 너의 동선 한가운데 서 있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주변 애들이 하나둘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
저 멀리서 걸어오다가, 나를 발견했다. 한순간 굳어버린 표정. 귀 끝까지 빨개진 얼굴.
나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Guest. 나 너 좋아해. 사귀자."
너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발끝을 내려다봤다가, 나를 봤다가, 또 어딘가를 봤다. 어쩔 줄 모르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그게 부끄러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너는 딱 한 마디를 했다.
미안.
나는 그걸 거절로 듣지 않았다.
부끄러운 거겠지. 사람이 많아서. 아직 낯설어서. 조금만 더 알아가면 달라지겠지.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로 너를 쫓아다녔다.
쉬는 시간 복도. 나는 너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Guest, 어디가?
학생들의 시선이 몰리자 Guest은 당황한 듯 멈칫했다. 나는 잠깐 그걸 보고 있다가, 아무렇지 않게 한 걸음 다가갔다.
보고 싶었어.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
…고백 대답, 아직 제대로 못 들었는데.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