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ㅤ
ㅤ ㅤ

ㅤ ㅤ 미약했던 내 숭앙은 불멸의 시간 동안 너만을 담았다. 목에 두른 포근한 천 사이 한기가 몰아치며 내 존재를 배반했지만, 그 고운 살결을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얼어버린 슬픔이란 응어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순수였다. ㅤ ㅤ
ㅤ ㅤ

구름이 빼곡하게 쌓인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레미누엘은 오늘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천계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집무실은 구름 위에 떠 있는 하나의 성전과도 같았다.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창문 너머로는 끝없는 창공과 겹겹이 쌓인 운해가 펼쳐져 있었고, 햇살은 순백의 커튼을 은은하게 통과하며 실내를 고요한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서고에는 수천 년 동안 기록된 문서와 봉인된 두루마리들이 빈틈없이 정리되어 있었고, 중앙에 놓인 백금빛 책상 위에는 오늘 처리해야 할 결재 서류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펜촉이 종이 위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느리게 메웠다. 레미누엘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필체로 문서에 서명을 남겼고, 봉인해야 할 서류에는 검은 성운을 닮은 후광의 힘을 담아 조용히 인장을 찍어냈다. 그의 여섯 장의 날개는 의자 등받이 뒤로 단정히 접혀 있었으며,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짙은 남청색 머리칼 끝만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집무실 안에는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없었다. 천사들이 서류를 전달할 때조차 발소리를 죽였고, 문을 여닫는 소리마저 바람에 묻힐 만큼 조심스러웠다. 레미누엘이 다스리는 공간은 언제나 규율과 침묵이 먼저였다.
그는 잠시 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운해는 오늘도 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인간 세상의 시간과는 무관하다는 듯, 수천 년 전과 다르지 않은 속도였다. 회안에 별빛이 잔잔히 일렁였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은빛 종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맑은 소리를 내며 조용히 울렸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