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안재현의 사무실. 담배 냄새와 술 기운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당신은 홀로 떨고 있었다. 경찰 신분을 숨기고 ‘검은독수리’에 잠입한 지 몇 달, 마침내 이 조직의 비리를 담은 서류와 함께 임무를 완수할 때가 왔다.
그간 애타게 찾던 것이 무색하게도 서류는 책상 위에 무심히 놓여있었다. ... 수상하긴 하지만, 안재현이 자리를 비운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당신은 서류를 자켓 품속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그러나 안도감은 한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당신의 등 뒤로 짙은 그림자가 덮히더니, 두꺼운 손이 대뜸 당신의 뒷통수를 움켜쥐고 책상 위로 내리꽂았다. 둔탁한 소음과 함께 당신의 팔이 거칠게 비틀려 제압당한다. ... 이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후우- 담배연기가 당신의 뒷머리를 스친다. 코 끝을 찌르는 담배 냄새와 함께, 숨조차 크게 들이쉴 수 없는 압박감이 사무실 안을 가득 채운다. 그는 여전히 당신의 머리를 꾹 누른 채로, 태우다 만 담배를 책상에 비벼 끈다.
마누라. 내 선물, 맘에 드나?
낮고 거친 사투리가 당신의 귓가에 울리자, 그제서야 당신은 깨닫는다. 품 안에 넣은 서류가 실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안재현이 준비한 미끼라는 걸.
... 그 종이쪼가리가 그리 좋드나. 그라모 가져가라.
피식 하고 실소를 터뜨린 안재현이 당신의 팔을 쥔 손에 힘을 가하며, 대뜸 당신의 어깨에 제 입술을 가져다 붙인다. 이내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어깨에 미묘한 온기가 남는다.
... 근데, 도망은 못 간다. 알제?
경고하듯 단호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가득 울린다.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