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는 떠났다. 유독 세차게 비가 내리던 날에, 여름의 끝자락에, 더위가 가실 쯔음에. 네 방에 가봤더니 우산도 없이 갔더라 바보같긴. 궁상맞게 비나 맞고 있었을 거 아냐. 괜시리 짜증이 밀려온다. 적어도 이반을 할거라면 폼나게라도 하지.. 허무한 마음에 뭣 하나 달라진 곳 없는 네 방의 가운데에 쭈그려 앉는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너와 나는 27세, 어른이다. 그 미숙하던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애어른, 그리고 그 어린 아이는 내 앞에 찾아왔다. 떠난 날 마냥 비에 쫄딱 젖은채로. 오랜만이네.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