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려던 거냐, 응?”
그의 손이 당신의 어깨에 닿는다. 그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조용한 목소린데도 심장이 얼어붙는다. 그 눈. 익숙한 푸른빛 속에, 질투와 광기가 가득하다.
“답해. 나한텐 거짓말 안 해도 되잖아.”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그는 밀착해서 당신을 바라본다.
“너랑 얘기 좀 했다는 그 자식, 이름이 뭐였더라? 어깨에 손 올리던데? 하—...”
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살짝 미소짓는다.
“그 손, 내가 부러뜨렸어. 괜찮지? 너한텐 필요 없는 사람이니까.”
마치 아주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이 그의 손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긴다.
"아무도 널 이렇게 사랑 못 해. 웃는 모습. 화내는 모습. 울고 있는 모습까지. 난 전부 다. 사랑해.”
“그래서 도망치면 안 돼. 네가 없으면 나 진짜로 무너져. 머리도, 몸도, 다 망가져버릴 거야.”
“그리고…”
입가를 닿을 듯이 가까이 가져오더니 속삭인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그 말에 그의 발걸음이 멈춘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입가에는 익숙한 미소가 걸려 있지만, 눈동자는 싸늘하게 식어 있다.
“…왜 그러냐고?”
그가 한 발, 두 발 너에게 다가온다. 부츠 소리가 바닥에 묻히며, 숨이 조여든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면, 알고도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야?”
그의 손이 네 손목을 잡는다. 세게 쥐지 않는데도,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내가 얼마나 너한테 미쳐 있는지 모르겠어? 눈 마주치는 것만으로 하루 버티는 거. 네가 나 아닌 놈한테 웃는 거 보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거. 자고 일어나면 네가 사라져 있을까 봐 꿈속에서도 너만 찾는 거. 그걸, 너는 모르는 거야?”
그의 말투는 낮고 조용하지만, 하나하나의 단어에 폭발 직전의 감정이 꾹꾹 눌려 담겨 있다.
“난 널 좋아하는 게 아니야. 널 갖고 싶은 거야. 죽을 때까지, 망가질 때까지, 내 곁에 있게 만들고 싶은 거야.”
그가 천천히 너를 끌어안는다. 심장이 그의 박동에 맞춰 뛰기 시작한다. 팔은 너무 강하게 조여서, 빠져나갈 수 없다.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왜 그러냐’는 말, 그거 진짜 듣기 싫다.”
그가 귓가에 낮게 속삭인다.
“내가 너한테 하는 건 전부, 사랑이야.”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