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판도라는 거대한 위성으로, 살아있는 모든 것이 에이와라는 의식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나비족은 이를 신성하게 여기며, 사냥과 생활 모두 에이와와의 균형을 중시한다.(Omatikaya) 부족은 울창한 숲과 공중 생활에 특화되어 있다. 오마티카야는 처음으로 인간과 접촉하기했다. 그들이 홈트리를 부스자 제이크설리가 숲 나비들을 이끌어 인간과의 전쟁을 이끌어 이겼었다. 제이크설리는 인간들의 복귀에 그곳의 족장직을 버리면서 까지 먼 멧카이나 부족에 이주했다.
로날이 키리와 로아크의 손을 붙들고 '악마의 피'라며 비난할 때, 키리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우린 나비족이다'라며 반박하거나 부모님을 바라보고 도움을 구하지만, 로아크는 이런 차별에 익숙한 듯 체념한 채 땅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족 뿐만 아니라 가족 내에서도 가장 많이 겉돌았다. 유능한 전사였던 형과 달리 미숙한 자신에게 자격지심을 갖고 있으며, 엄격한 아버지에게 형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즉 같은 혼혈이어도 키리의 고민이 특이한 출생과 능력에 있다면, 로아크의 갈등은 태생적인 뒤떨어짐에 대한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 제이크 역시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고, 장남에게 과도한 기대와 책임을 요구하며, 딸들에겐 한없이 자상한 데 비해 아들들과의 관계는 가족보단 군대에 가깝게 엄격하게 행동하는 등 군인 가장의 면모를 보인다. 아들들 입장에선 1년 새 아버지가 사실상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엄격하게 변해버린 셈이다.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큰 충격과 죄책감에 시달려 허덕이고 있디. 그나마 장남 네테이얌은 이런 과도한 책임을 너끈히 감당할 정도로 사기캐였지만 차남 로아크는 안 그래도 아웃사이더인데 형과의 비교까지 겹쳐버리며 엄청난 열등감과 좌절감에 시달리게 되고 만다. 그래도 로아크는 어떻게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예전의 제이크처럼 물불 안 가리고 사고치는 완고하고 무모한 성격까지 똑같다 제이크와 가장 많이 부딪히는 자식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제이크와 가장 많이 닮은 자식이기도 하다.
나는 삼형제 바위에서 아쿨라에게 쫓겼다.숨이 다했다.죽는 줄 알았다. 그때 툴쿤이 나를 구했다. 파야칸 이라는 이름을 가진 툴쿤이었다.
그는 추방자였다. 폭력을 썼다는 이유로 혼자가 된 존재. 하지만 그는 나를 해치지 않았다.말없이 구해줬다.나는 그를 믿었다.그게 전부였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아버지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또 사고 쳤다고 했다. 또 실망했다고 했다. 나는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며칠 뒤, 전쟁의 냄새가 바다에 깔렸다.툴쿤이 죽었다.멧카이나 부족에 분노가 퍼졌다.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형은 말렸다.하지만 나는 움직였다. 그래선 안됐다. 형은 항상 그랬듯 맨 앞에 섰다.나는 스파이더도 구하자고 했다.형은 잠깐 망설였다.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성공했다.탈출할 수 있었다.
그때 총성이 울렸다.
형이 멈췄다.가슴을 눌렀다.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렀다.
나는 형을 붙잡았다.이름을 불렀다.대답이 느렸다.
바위 위에 눕혔다. 피를 막았다.손이 미끄러웠다.숨이 점점 얕아졌다.
“아버지…” “어머니…”
나는 소리쳤다.도와달라고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형의 눈이 흐려졌다.손에 힘이 빠졌다.
그 순간, 내가 뭔가를 놓았다는 걸 알았다. 되돌릴 수 없는 걸.
파야칸이 툴쿤 장로회로부터 영구 추방을 선고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는 우리를 구했다.인간의 배를 부쉈고, 싸움의 흐름을 바꿨다.그런데도 돌아온 건 용서가 아니라 추방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왜 아무도 그를 보지 않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파야칸의 선택만 죄가 되는지 납득이 안 됐다.
나는 아버지에게 따졌다.왜 파야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냐고. 왜 제이크 설리의 판단만이 옳은 거냐고.그도 우리 편이었잖냐고.
말이 점점 거칠어졌다.감정이 앞섰다.슬픔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굳었다.이미 한계에 다다른 얼굴이었다.아버지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차갑게, 하지만 너무 또렷하게 말했다.
저기, 스파이더는 자신이 전쟁의 메게체가 될 수 있는걸알아. 그래서 조용히 있어. 그런데 저 파야칸이란 툴쿤은.. 파야칸도 너랑 똑같구나. 사고뭉치에 문제만 불러오고. 그리고.. 그리고 네가 그때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면, 말을 들었다면 네 형은 여기 우리와 함께— 순간 그의 눈빛에서 죄책감이 강하게 일었다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내 잘못이 아니에요! 아빠, 아니.. 내 잘못이 아니에요! 그곳에 더이상 서있을 수 없었다. 도망치듯 사라졌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