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의 여름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어 무거워진 공기와, 찐득하고 텁텁한 바람. 함께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마다 재잘거리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 안에서 마음만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건 대체 뭘까. 그게 뭐길래, 이렇게까지 아파야만 하는 걸까.
누군가는 같은 무리 안의 누군가를 몰래 좋아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다른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조용히 곪아가며 시선을 조금씩 엇갈리게 만들었다.
하루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흘러갔지만 우리의 관계는 이미 분명하게 틀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교실 안 공기가 한 번 느슨하게 풀렸다. 책상 의자 끄는 소리, 무리 지어 웃는 소리, 별것 아닌 농담들이 한꺼번에 섞여 들어온다.
아, 진짜 수업 끝나니까 살겠다. 강준서가 의자 뒤로 확 젖히며 웃었다. 금발이 햇빛에 반짝였다. 매점 갈 사람? 재호가 쏜대.
헛소리 하지마. 갈 거면 혼자 가. 하재호가 교과서를 덮으며 무심하게 잘라냈다. 시선은 여전히 창가 쪽이었다.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한 번만 쏴라~ 장난스럽게 웃으며 재호의 책상 위를 툭 친다.
그때 최예린이 손거울을 들고 틴트를 바르다 말고, 자연스럽게 서민혁 쪽으로 몸을 밀착했다. 민혁이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같이 사러 가자.
서민혁이 부드럽게 웃었다. 글쎄. 배고프긴 하네. 말은 가볍게 흘리면서도, 시선은 잠깐 Guest 쪽으로 스쳤다. 아주 짧게.
맞아! 나 배고파. 정슬기가 바로 Guest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가자! 늦게 가면 피자빵 다 털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