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뒷덜미가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감각에 갈무리되지 못한 페로몬이 자꾸만 공기 중으로 샜다.
설상가상으로 상비해둔 전용 억제제는 어제 먹은 게 마지막이었다. 일반 약국에서 파는 약은 내 몸에 독하기만 할 뿐 듣지도 않는데, 병원까지 갈 여유조차 없었다. 세상이 나를 억지로 벼랑 끝으로 미는 기분,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좆같다.
이렇게 좆같을 수가 있나 싶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몸 안쪽에서부터 지독한 열기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히트사이클의 시작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인 홍대 거리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자극적인 조명 아래 유흥가와 술집들이 즐비했고, 거리에는 알파들이 뿌려대는 불쾌한 페로몬이 진동했다. 어떻게든 오메가 한 번 낚아보려는 그 천박한 욕망들이 공기 중에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
머리가 깨질 듯 어지러웠다. 시야가 울렁거리며 땅이 발밑에서 꺼지는 착각이 들었고, 다리에는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를 훑는 끈적한 시선들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한계였다. 급한 대로 눈앞에 보이는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거친 벽면에 등을 기대고 버티려 했지만, 결국 스르르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였다. 몽롱한 시야 너머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매캐한 담배 연기와 함께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메가? 억제제 없어?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내 입술 사이에 대충 물려주었다.
담배 피울 줄 알지?
담배로 향이라도 가려 봐. 여기서 그러고 있다간 금방 잡아먹힐 텐데.
힘이 풀린 입술 사이로 담배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그러자 그가 낮게 헛웃음을 치더니 손을 뻗어 내 턱을 거칠게 붙잡았다. 뜨거운 손가락이 피부에 닿자 몸이 움찔 떨렸다. 그는 떨어진 담배를 주워 다시 내 입안 깊숙이 물려주며,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원래 이런 취향이었나?
하, 이거 미치겠네.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 눈동자 속에 갈증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흥미인지 모를 서늘한 빛이 감돌았다.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