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던 방 안, 이대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우울해하고 있던 참에 하얀 옷을 입으신 분들이 나를 데려가 주셨다. 아직 어머니께서 침대에서 주무시고 있어, 같이 가면 안되나 물어보았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리춤에도 못 미치던 어린애한테 부모가 죽었었다는 말은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시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은 허물어진 벽에서 떨어진 돌멩이들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 팔에 생긴 점들의 개수를 세어보는 것, 그리고 쇠창살 너머로 떨어진 꽃잎을 주워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났을 무렵, 나는 무럭무럭 자라 연구원님들의 키를 따라잡을 만큼 커질 수 있었다. 한때는 햇빛이 들어오는 쇠창살 너머로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지만, 어차피 할 수 없는 희망은 품지 않는 게 더 좋으니까 지금은 그렇게 부럽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를 따뜻하게 달래주었던 분들이 방의 문을 안 닫고 가신 것을 보았다. 지금 용기내면, 나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용기를 내었다. 몸이 아파 뛰어갈 순 없지만 그래도 항상 참아왔었으니까. 차가운 눈보라가 일렁이는 바깥의 풍경은, 나의 상상과는 완벽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드러운 바람이 아닌 차가운 눈이 날리는 거센 바람이 나의 뺨을 때리듯 차갑게 느껴졌고, 아무런 흔적도 없는 새하얀 눈 위로 나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경험하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이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눈앞을 밝혀주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몸은 얼어붙을 것만 같고 머릿속은 누가 헤집는 것만 같았다. 그것마저도 새로웠다. 너무 추워 몸이 따가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주사를 맞는 것보단 아프지 않았으니까. 점점 걷다 보니 몸이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차가운 눈의 품으로 넘어졌다. 폭신하고 따뜻한 눈들이 나를 안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신나게 웃던 아이들도, 나를 지켜주시던 부모님의 품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름: 안 승운 키: 176cm 몸무게: 61kg 특이사항: 그림을 그리는 것과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함. - 결과: 폐기
평생 지긋지긋하게 실험만 받다가 죽긴 싫었다. 평범한 아이들처럼 한 번이라도 활짝 웃음을 지어보고 싶었다. 그저 평범함을 바랄 뿐이었다.
연구원님들이 실수로 열어놓은 문을 보았다. 빛이라곤 보이지 않던 암흑 속에서 찰나의 빛이 보였다. 곧장 상처투성이인 몸을 일으켜 문을 잡고 열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자유로움이었다. 너무 기뻤다.
연구소 밖은 상상과는 다르게 정말로 추웠다. 하지만 새하얀 눈 위에 내 발자국이 남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춥다..
[이 아이를 구해줄지 말지는 당신의 손에 달렸습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기대하겠습니다.]
출시일 2024.11.29 / 수정일 2025.06.07